정치 변곡점을 바로 보자

2020.12.21 16:16:39

[충북일보] 코로나19 지옥이다. 3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온 나라에 근심이 가득하다. K방역은 실패했다. 세계로부터 받은 극찬은 무색해졌다. 연일 신규 확진자가 1천 명 선을 넘고 있다.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 이제 야당시절 기억해야

내수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생존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자영업자들의 대출 증가액은 사상 최대치다. 빚으로 버티던 사람들도 폐업의 기로에 섰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검토하고 있다. 공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만 국민을 괴롭히는 건 아니다. 정치가 더 힘들게 하고 있다. 국회는 진작부터 민생을 팽개쳤다. 바이러스에 지친 국민을 전혀 위로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진영'만 있고 '민생'은 없다. 문재인 정권의 현주소는 그렇게 분열로 대변된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은 국력 낭비였다. 코로나19 위기 속 공포 조장이었다.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리 만무했다.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름이 아니었다. 그저 격 떨어지는 싸움에 떤 몸서리였다. 민생과 동떨어진 대결에 친 치떨음이다. 21대 국회의 입법 활동도 마찬가지였다. 예상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공수처법 개정안,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5·18 민주화운동 왜곡 처벌법… 등이 처리됐다. 야당은 거대여당의 힘을 막지 못했다. 속전속결 처리법안들은 대부분 정치색이 짙다. 많은 민생법안들은 아직 본회의에 부의되지도 못했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를 막기 위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나, 환경미화원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필수노동자보호법 등이 대표적이다.

21대 국회는 왜 그렇게도 정치법안들에 집착했을까. 개혁이란 명분까지 들어 처리한 이유가 뭘까. 절차적 민주주의 훼손도 불사한 까닭이 뭘까. 민생과 직결되지도 않는데 왜 그런 걸까. 민생법안들을 아직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은 까닭은 또 뭘까.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잘 알 것 같다. 아무튼 정치는 반전의 드라마다. 그 절정은 변곡점이다. 조 바이든의 대선 승리는 미국 정치의 변곡점이다. 그의 승리 연설에 이런 부분이 있다. "미국(역사)은 항상 변곡점(inflection points)에 의해 형성돼 왔다."

변곡점은 결정적 순간이다. 대중은 그 순간 격렬하게 호응한다. 수많은 한국인의 정치의식은 그 지점에 있다. 변곡점에서 리더십 드라마가 탄생하는 이유다. 그 드라마는 장렬한 특징을 갖는다. 현 정권은 '윤석열 현상'이 생긴 이유를 상기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쉽지 않다. 이런 기조론 오래가기 힘들다. 쾌도난마로 되는 게 아니다. 타협과 절충의 시간, 인내가 필요하다. 입장 바꿔 생각할 줄도 알아야 한다. 정권을 잡았을 때, 야당시절을 기억해야 한다. 산에 오를 때, 내려갈 준비를 하는 것과 같다.

지금처럼 독주하는 여권을 견제하긴 불가능하다. 요행수도 없다. 설득하고 싶어도 설득할 수 없다. 듣질 않으려 하니 도리가 없다. 야당이 똑똑해야 한다. 어렵더라도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 길 외엔 답이 없다. 더 수준 높은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새 길을 낼 수 있다. 그게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이다.

*** 멈춰 설 수 있을 때 멈춰야

2020년은 조국과 추미애, 윤석열의 시간이었다. 세 사람을 둘러싼 검찰개혁 공방으로 모든 정치 시계가 멈췄다. 왜 그럴까. 여러 원인이 있겠다. 현 정권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뭘 웅변하는지 알아야 한다. 멈출 수 있는 지점에서 멈춰야 한다.

니체는 국민을 아프게 하는 정치권력을 '불개'에 비유했다. 화염과 연기로 세상을 기만(欺瞞)하는 세력으로 봤다. 썩은 보수와 가짜 진보의 낡은 세력들부터 없어져야 한다. 더 이상 불개 같은 정치꾼들의 선동과 술수가 활개를 쳐선 안 된다.

마지막 심판관은 민심이다. 우격다짐은 자충수로 이어진다. 치명적인 패착이 된다. 20대들 사이에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정치권이 곰곰이 곱씹어봐야 할 말이다. 민심이 돌아서면 정권을 잃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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