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모두가 방역사령관 돼야

2020.12.21 19:44:27

[충북일보]고통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8일 수도권 거리두기를 2.5단계로 올렸다. 충북 등 비수도권은 2단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효과는 별로 없다. 되레 악화됐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2.5단계와 2단계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분명해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3단계 격상'을 주저하고 있다. 왜 그럴까.

충북 등 비수도권 지역은 서울 등 수도권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 인프라가 열악하다. 충북에서 입원 대기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숨졌다. 충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새벽 괴산에서 입원 대기 중 사망한 확진자가 나왔다. 청주의 한 요양원에선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해당 요양원 직원인 식당 조리원이 지난 1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 뒤 입소자와 요양보호사 등 관련 확진자만 62명에 달한다. 요양원 입소자 대부분은 고령인데다 기저질환까지 있다. 모두 고위험군에 해당된다. 실제 해당 요양원 입소자인 80대 확진자가 확진 판정 하루 만에 사망했다. 도내 신규 확진자는 18일 103명, 19일 14명, 20일 33명, 21일(낮 12시 기준) 22명 등 나흘간 172명이 나왔다. 급기야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나섰다. 지난 20일 정부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시행을 건의했다. 이날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영상회의에서 코로나19 조기 종식을 위해 선제적인 3단계 격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차 기간은 오는 23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2주간이다. 수도권은 '3단계+α', 비수도권은 '3단계-α'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결혼식장의 경우 가족 참석만 허용하자고 했다. 상점·마트·백화점(300㎡ 이상) 등은 식료품과 생필품 등을 판매하는 곳만 최소 운영하자고 했다. 도내 시·군에는 고위험 취약시설(요양병원, 요양원, 장애인시설 등) 시설종사자에 대한 긴급 PCR 전수검사와 방역 취약계층에 대한 신속항원검사가 조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요청했다.

앞으로 2~3개월 겨울 추위는 계속된다. 이러다가 하루 신규 확진자가 2천 명, 3천 명을 넘을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방역의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 백신 확보에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필요하면 정부의 외교·통상 역량도 집중해야 한다. 방역당국이 지난 주말에야 처음으로 병상 동원령을 내렸다.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병원에 전체 병상 중 1% 이상을 코로나 중환자용으로 전환하라고 했다. 여기에 그칠 일이 아니다. 인센티브를 제공해서라도 민간 의료자원을 더 동원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도 늦지 않게 결단해야 한다. 해외 주요국들은 속속 백신 접종에 나서고 있다. 우리는 내년 2~3월께부터라고 한다. 하지만 정확히 언제부터 가능할지 모른다. 코로나19 환자용 병상마저 부족하다. 확진 후 입원 대기 중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앞서 밝혔듯이 충북에서도 사망자가 이어지고 있다. 빠르게 증가하는 확진자 수와 달리 추가 병상 확보는 더디기만 하다. 도내에서는 충북대학교병원(24개 병상)이 중증환자를 수용하고 있다. 현재 15명이 입원해 치료 중이다. 경증환자는 청주의료원(83개)과 충주의료원(101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청주의료원에 58명, 충주의료원에 92명이 입원 중이다. 생활치료센터에는 89명이 입소해 있다. 정부가 자랑해 온 K-방역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밀리는 형국이다. 감염자 치료에 빈틈이 없어야 승리할 수 있다. 전세를 반전시킬 대책이 시급하다. 백신 확보를 앞당기고 감염자 치료 병상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현재 의료체계는 힘든 상황이다. 익명 검사를 실시하는 선별진료소 가동까지 겹쳐 방역 참여 의료인들의 피로가 누적됐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고 멈출 수는 없다. 익명검사는 지역 사회에 숨어 있는 감염원을 찾아내는 일이다. 미래의 위험을 막는 일이기도 하다. 멈춰야 할 건 불필요한 이동과 외출이다. 확진자 폭증과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개인방역 수칙 준수와 스스로 거리두기를 격상해야 한다. 이제 국민 모두가 방역사령관이 돼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와 전쟁에서 자신과 가족을, 지역사회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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