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번드르르한 메가시티

2020.12.15 16:24:09

[충북일보] 모든 일정은 내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 맞춰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1~2위 도시를 책임지는 서울과 부산의 수장 2명이 사라졌다. 내년 선거 결과는 후년 대통령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야 모두 내년 '빅 2'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SOC와 부동산 폭등

청주에서 분양가 2억2천만 원 정도였던 115.5㎡(35평)형 아파트 호가가 최근 4억8천만 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10년 전 분양가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2억4천만 원에 그쳤던 아파트 값이 두 배 이상 오른 것은 기현상이다.

부동산 가격은 개발호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주변에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컨벤션센터가 들어선다면 당연히 땅과 아파트 값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개발 예정 정보를 꽁꽁 숨겼다. 땅과 아파트 값이 올라가면 개발비용은 훨씬 늘어난다. 공시지가와 호가 사이의 감정가가 크게 늘어난다.

중앙정부 또는 지자체가 지불해야 할 보상비가 크게 증가하고, 이는 곧 주변 땅과 아파트 가격의 추가 상승을 부채질한다.

정치가 부동산의 속성을 잊었다. 오히려 정치가 부동산 가격 폭등을 조장한다. 많은 사람들은 내 땅과 내 아파트 값이 올라가면 좋아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주들이 입는 혜택보다 투기꾼과 정부·지자체만 득을 보게 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전국 곳곳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이 속출했다. 인구가 몰린 수도권과 달리 인구소멸을 걱정하는 비수도권에서 비용대비 편익((B/C)을 충족시키지 못한 대형 SOC 사업을 추진하도록 해주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동남권신공항이 큰 논란을 빚었다. 정부·여당의 강공 드라이브로 동남권신공항 건설계획이 확정됐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언제 시작하고 언제 완공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힘들다.

이런 관점에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촉발시킨 행정수도 완성론 역시 반드시 한 번 짚어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을 때 김 원내대표는 국회 완전 이전을 포함한 행정수도 완성론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충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특히 서울지역 여론은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은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공약으로 걸고 추진하라'고 감각적으로 대응했다.

집권 여당 내에서 잠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특히 수도권 의원들의 반대가 적지 않았다. 민주당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권역별 순회 토론회까지 개최했다.

결론은 뻔했다. 행정수도 완성론은 현재 속도조절 중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과거와 마찬가지로 수도권 중심의 비수도권 공동 개발 전략으로 바뀌었다.

이를 위해 느닷없는 '3+2+3 광역권', 즉 메가시티 사업구상이 나왔다. 사실상 차기정부의 구상인 메가시티는 과거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권'과 너무도 닮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기업도시로 바꾸기 위한 꼼수가 숨어있던 '5+2 광역경제권'이 메가시티로 이름만 바뀐 셈이다.

뜬구름 잡는 메가시티

충청권은 메가시티 전략을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렇다 하더라도 과거 노무현 정부의 세종시 이전만큼 열광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국민들은 냉정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을 보면 국민들의 시린 마음이 엿보인다. 그저 표를 위해 던져놓고 보는 대형 개발사업에 흔들릴 수 있는 유권자는 몇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나아가 많은 지식인들은 충고하고 있다. 빚더미 속에서 이렇게 많은 SOC를 무슨 돈으로 한다는 말인가. 뜬구름 잡는 메가시티가 아니라 코로나 백신 확보에 집중하라.

많은 국민들은 이런 걱정으로 '불면(不眠)의 12월'을 버티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이런 민심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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