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산단 결정, 절차적 정당성 갖췄나

2020.12.08 19:53:13

[충북일보]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 구도에서 나온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말. 추 장관의 직무정지 결정에 불복해 윤 총장이 직무배제의 집행을 정지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했을 때 담당판사가 이를 인용하며 한 말이다. 해당 판사가 '법무부의 총장 집무배제 결정은 절차적 정당성을 담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근거는 법무부가 윤 총장에게 해명의 기회, 다시 말해 방어권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 말이 요즘 충북도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오창산단 위·수탁협약 일방 취소

충북도는 지난 7일 오창과학산업단지관리공단과 체결한 '오창과학산업단지 위·수탁협약'을 지난 11월 30일 자로 취소 통보하고 새해부터 오창산단 관리기관 업무를 직접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도가 오창산단관리공단의 관리 업무를 직접 처리하겠다는 뜻은 현재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더 이상 고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만큼 엄중한 판단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판단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도는 위·수탁협약 취소의 이유에 대해 '법령과 위·수탁협약 준수의무를 위반한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는 지난 9월 10일~18일 오창과학산업단지관리공단을 대상으로 합동지도점검을 벌여 4건의 지적사항, 2건의 추가 (위반)사안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위반 내용을 살펴보면 △산업단지관리기본계획의 업종배치계획과 입주기업 업종 불일치(109개사) △예산집행 부적정 46건 △근로자 근로협약서 2020 채용직원 외 미작성 △지식산업복합센터 PM용역수행자 수의협약 부적정 △오창벤처임대단지 임대료 부과징수 부적정 등 20여 건이었다. 예산집행의 부적정 항목을 살펴보면 500만 원 정도의 공금을 항목 외 지출했다는 내용이다. 어찌됐든 도는 이를 근거로 도는 17건의 행정상 조처와 46건의 재정상 조처를 했다. 공단 직원 3명은 신분상 '훈계' 조처했다. 공단의 위·수탁 협약 기간은 오는 2023년 4월 2일까지로 약 28개월이 남은 상황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도가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모습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오창산단에 해명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는 문제의 '취소 사전통지서' 공문을 지난달 30일 발송했고, 오송산단은 다음날 수령했다. 공문에는 공단 측에서 진술할 의견이 있으면 오는 15일까지 진술하라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오창산단은 위·수탁협약 해제 결정에 불복하는 입장을 정리 중에 있었고 15일 안에 보고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연히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공단 측은 "의견진술 기한은 오는 15일까지인데, 의견진술을 받아보지도 않고 취소를 통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불복 대응을 예고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충북도의 결정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의견진술 기회를 충분히 줬다. 취소 통보 과정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 향후 의견진술을 받더라도 상황을 뒤집을만한 사항은 없다'는 반응이다. 어디서 많이 본 대응 모습이다.

절차적 정당성 못지않은 형평성

여기에 도의 이 같은 결정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먼 이야기도 아니다. 여직원 성희롱 의혹사건과 여러 특혜의혹으로 지역사회에 충격을 던졌던 충북개발공사에 대한 도의 처분은 어떠했는가. 해당자 강등과 전보조치 등의 조치가 전부였다.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의 한 간부가 수년에 걸쳐 뇌물을 받고 공단을 농단한 사건도 해당자가 형사처벌에서 그쳤을 뿐 관리, 감독, 운영에 대해 어떤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 두 사례는 오창산단보다 지역사회에 더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정책결정권자의 권한은 스스로 얻은 것이 아니다. 도민과 국민이 부여한 것이다. 권한의 남용으로 억울한 사람이 생겨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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