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하면 뭐하나… 대출 받아 투자가 답"

일반 직장인·공무원 사회, 직급 막론 '재테크 열풍'
'저금리 시대' 신용대출 통한 주식·부동산 투자
충북 가계 기타대출 폭증… 올해 1~9월 예금은행만 3천억 원
지난해 연중 1천764억 대비 1.6배 이상 기록
금융위, 30일부터 대출 규제… 금융기관, 23일부터 돌입

2020.11.25 20:43:18

[충북일보] "신용대출 이자율이 5% 안되잖아. 일단 '영끌'해서 넣어봐. 대출 이자보다는 무조건 더 오른다니까."

충북 도내 한 회사원 염인경(가명·37)씨는 최근 동료 A씨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A씨는 염씨에게 몇 개의 주식 종목을 짚어주며 '신용대출 받아서 투자해보라'고 권유했다.

염씨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신용대출을 알아봤다. 중견기업 진입을 앞둔 회사의 과장인 염씨는 3% 안팎의 금리로 5천만 원 가량의 대출을 얻을 수 있었다.

염씨는 2천만 원을 대출받아 '우량주'에 1천만 원, '기대주'에 1천만 원씩 투자했다.

염씨는 "우선 2천만 원으로 분위기를 파악한 다음에 성과를 보고 더 대출받든지 할 생각"이라며 "요즘 주식 안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너도나도 대출 받아서라도 뛰어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 큰' 직장 상사들은 일찌감치 대출금을 끌어모아서 부동산에 투자했다"며 "지금은 좀 식었지만, 청주·천안 부동산으로 '재미' 좀 본 상사들도 몇몇 있다"고 덧붙였다.

직장인들의 재테크를 향한 '외도'가 이어지고 있다.

직장생활을 통한 자산 증식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주식·부동산·가상화폐 등에 대한 투자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서 버는 돈보다 잠깐의 투자로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잠깐의 투자를 위한 자본금은 대출로 해결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인하가 이어지면서 신용대출 금리도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게 그 이유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대출이 손쉬워진 것도 하나의 이유로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면 신용등급을 확인이 가능하다. 동시에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과 이율을 확인할 수 있다.

대출을 통한 투자 열풍은 공직사회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도내 공무원 B씨는 "휴식시간이나 식사시간에는 주식 종목에 대한 토론이 이어진다"며 "주식을 팔아 차익을 많이 남긴 직원은 다른 직원들에게 '강의'를 하기도 한다. 주식 수익률이 좋은 직원은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귀띔했다.

도내 직장인들이 대출자금으로 투자에 나선 것은 한국은행의 여신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은행 충북본부에 따르면 9월 도내 예금은행의 기타대출(비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보증대출 등)액은 421억 원이다. 올해 1~9월 누적액은 2천937억 원이다.

지난 2019년 연중 기타대출액이 1천764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9개월 만에 지난해 총액의 1.66배를 기록했다.

올해 9월 말 도내 예금은행 여신 잔액은 총 28조14억 원이다. 이 중 가계대출-기타대출은 4조2천554억 원으로 15.19%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대출-기타대출 비중은 15.00%다. 9개월 가계대출-기타대출이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9%p 증가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과도한 신용대출로 인한 가계 위기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오는 30일부터 과도한 신용대출이 취급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부터 대출관리에 돌입한 금융기관도 있다.

/ 성홍규기자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