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말로 영감(靈感) 내려받기

2020.11.19 14:35:32

안남영

전 현대HCN 대표이사

김창옥 씨는 '인생강연'의 달인이다. 그의 강연은 참 인간적이다. 어떤 준비 자료를 띄워놓는 법이 없이 오로지 자신의 경험에서 쌓아올린 생각을 들려준다. 자기주장으로 포장해도 좋을 텐데 '-대요', '-래요'라며 인용 위주로 들려주는 모습이 겸손해 보인다. 필요하다면 연기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유머를 섞어 쓰는 품새가 고수답다. 인기스타 못지않다 보니 강의할 적마다 감동받은 사람들의 상담이 줄을 잇고 그 사연들이 또 다른 강의 소재가 된다. 그의 인생철학이 어쩌면 담론이라기보다 에피소드에 토대한 건지 모르지만 결코 가볍지 않아 보이는 이유는, 자신의 어두운 가족사까지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짙은 여운을 주기 때문이다. 그도 강의하면서 눈물을 보인 적이 있다.

잘 나가던 그였지만 한때 "마음의 관절이 나갔다"며 방황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택한 외국 여행 중에 어떤 말을 찾아내 희열 속에 위로를 삼았다고 한다. 그는 얼마 전 탈북민 출연 방송프로에서 바로 그 말을 꺼냈다. 북쪽의 부모 걱정으로 '(홀로 탈북한)네가 사람이니?'라며 자문자책의 나날을 보낸다는 어느 탈북인에 대해서다. 전에 상담했던 어느 기업인의 한 맺힌 사례와 견주며 즉석 치유의 솜씨를 보여줬다. "괜찮아, 여기까지 잘 왔어." 그가 우려낸 이 말이 스스로 토닥이는 어떤 방법론과 버무려지자 출연자들 모두가 눈물로 공감했던 거다.

현대인에겐 누구나 가슴 속에 보석 같이 품는 말이 한마디쯤 필요하것다. 좌우명이나 가훈이든, 명언이나 격언도 좋겠다. 시구, 노랫말, 명대사 또는 속담인들 뭔 상관이며 자기 주문(呪文)이면 어떤가. 격려와 위로에 좋은 청심환 같다면 말이다. 다 고단한 항로를 지켜주는 나침반이요, 등대이거나 평형수일 터, 이런 게 없다면 쓸데없이 헤매거나 지칠 수밖에.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에겐 봄바람처럼 자신에겐 추상같이), 대도무문(大道無門 큰길엔 거칠 것이 없다), 행동하는 양심 등은 전직 대통령들의 좌우명이다. 고 이건희 회장이 선친으로부터 물려받고 또 물려줬다던 두 글자 '경청'(傾聽)도 그렇고, 부정적인 사람이라면 따끔하게 들리는, "해 봤어?"란 고 정주영 회장의 도발적 질문도 보감(寶鑑)급이다. 각각 인생역정이나 처세관을 엿보게 하는데, 장삼이사라서 취하지 못할 이유란 어디도 없다.

"뭣이 중헌디?"(영화 '곡성')라든가, "카르페 디엠"(이 순간을 잡아라/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이란 대사에 의표를 찔린 사람이라면 그의 인생은 전보다 다행스러울 것이다. 노랫말도 귀담을 만하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는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에 문득 꽂혔다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솔로몬의 지혜까진 몰라도 좋을 것이다. 나훈아 작 '테스 형'이나 '공'의 가사는 흔들리는 사람에게 약이 될 수 있겠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도종환), '춤추라, 아무도 보지 않고 있는 것처럼'(A.D 수자) 같은 시도 마찬가지다.

어려서는 속담을 익혀도 썩 와닿지 않는 게 많았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가 그중 하나다. 살다 보니 이 속담의 철리(哲理)에 수긍한 적이 한두 번 아니다. 어디 채무관계에만 쓸 말인가. 천만금에 이르는 메시지의 위력을 웅변한다. '나쁜 날씨란 없다, 옷을 잘못 입은 것일 뿐'(영국), '천천히 가면 더 멀리 간다'(러시아)라는 속담도 나름 영감을 준다.

예전 같으면 고승에게서나 들을 법한 이런 유의 귀한 말씀이 '좋은 글'이라는 이름으로 SNS에서 다양하게 전파되고 있다. 아예 따로 모아 놓은 책들이 두루 팔리고 있는데 왠지 그 비싼 금언들이 싸구려로 소비되는 느낌이다.

다윈 말을 빌리면 마지막 살아남은 종은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하는 종이다. 올라갈 때 강건해지고 내려올 땐 현명해지는 게 인생이란다. 그렇다면 변화는 무죄, 아니 의무가 아닐까. 긍정 변화를 추구한다면 나만의 금쪽같은 말을 찾아 영감을 내려받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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