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문 비상구 '우리가 지키자'

2020.11.23 15:37:43

김익수

옥천소방서장

우리는 지난 2017년 12월 할머니, 딸, 손녀 3대가 충북 체천 스포츠 센터를 찾았다가 다시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슬픔을 기억할 것이다.

재난이 남기고 간 현장 속에서 발견되는 진실은 언제나 같은 그림이다. 기사 속 안타까운 희생자들만 바뀔뿐, 안전에 관한 우리의 무관심은 항상 반복되고 있다.

가장 안전하고 행복했어야 할 그곳이 참혹한 잿더미로 바뀌는 데는 불과 몇 분이 걸리지 않았으며, 할머니, 딸, 손녀 3대가 있었던 2층 사우나 사람들의 운명을 가른 것은 비상구였다.

2층 여성사우나의 경우 내부 인테리어 목적으로 설치된 유리벽과 장애물들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창고와 철제 선반으로 가려져 사실상 비상구의 존재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비상구는 생명의 문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일상에서 화재 등 각종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위험으로부터 피해갈 수 있는 탈출구 역할을 한다. 이는 위급한 상황에서 비상구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죽음의 문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러한 참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비상계단과 비상구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비상통로에는 늘 물건을 쌓아두거나 비상구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굳게 닫혀 있는 경우도 많다.

이에 소방서에서는 비상구 폐쇄행위로 인한 안타까운 인명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수시로 비상구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있지만 모든 대상물을 점검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실정이다.

비상구 안전관리는 소방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는 모든 시민들이 아주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공익 신고제도다.

충청북도는 안전한 비상구 확보를 위해 지난 2010년 4월부터'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 신고포상제 운영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범위와 포상을 규정하고 있다. 판매시설, 숙박시설, 다중이용업소 등 대부분의 시설이 신고 대상이며, 주요 불법 행위로는 소방시설의 유지관리 부실 및 차단 행위와 비상구 폐쇄 등 피난에 지장을 주는 행위가 이에 해당된다.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소방시설 등의 유지관리에 관한 불법행위와는 달리 건물의 비상구 폐쇄 행위, 피난계단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일반 시민 누구라도 쉽게 판단하고 신고 할 수 있다.

충청북도 도민이라면 누구라도 신고할 수 있으며 관할 소방서로 증빙서류를 제출하고,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1회 10만원(월 50만원, 연 500만원)의 현금이 포상금으로 지급된다.

우리가 자주 가는 백화점, 노래방 등 화려하게 꾸며진 주출입구와 매번 이용하던 엘리베이터가 아닌 비상구와 피난계단에 눈을 돌려보자. 평소에 눈길 한번 주지 못했던 피난 계단을 이용하면서 감시의 발걸음을 떼어보자

나의 안전, 우리 가족의 안전, 내 이웃의 안전을 위해 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에 날카로운 칼끝을 겨누고 당당하게 지적하자. 그대의 공익신고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화재 속에서 그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위대한 행위가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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