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동연, 그리고 반기문

2020.11.17 15:56:19

[충북일보] 해방 후 한국정치는 극단적 영·호남 패권주의로 요약된다. 충청은 늘 영·호남 그늘 속에서 캐스팅보트에 그쳤다. 충청인들은 누구나 이제는 충청 출신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오는 2022년 3월 치러질 차기 대통령 선거. 과연 이번에는 충청, 특히 충북 출신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흐름을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충청 출신 트로이카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권지지율 상승은 여의도 정치에 신물이 난 중도 층의 신선한 반란에서 기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윤 총장이 특정 정당에 영입된 상태에서 대권에 도전한다면 파괴력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성 정치권과는 다른 새로운 세력화가 이뤄진다면 윤 총장은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러시아어인 트로이카(Troika)는 세 필의 말이 끄는 썰매다. 두 사람 내지 네 사람이 타는데 눈이 녹으면 마차로 바뀐다. 한 기관에 장(長)을 세 사람 둬 서로 견제하게 하는 제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어떤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세 사람을 말한다.

윤 총장의 아버지는 충남 공주 출신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윤 총장을 충청 출신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유독 연고(緣故)를 중시하는 한국 정치의 특성 상 윤 총장이 정치에 입문하면 아버지 고향인 충청이 고향으로 불릴 가능성이 높다.

윤 총장은 공정의 상징이다. 박근혜 정부는 물론, 문재인 정부에서 권력에 대한 거침없는 수사 등으로 강직성을 보여줬고, 불의에 맞서는 인물로 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는 공정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경험과 감각, 그리고 인적네트워크 등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윤 총장이 대권에 도전한다면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 할 동지이자 우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높은 국민적 인기를 바탕으로 그가 기존 정당에 들어간다면 야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설령 야당 경선에 참여한다고 해도 윤 총장은 매우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윤 총장 찍어내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여당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만약 윤 총장과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연대를 선언한다면 차기 대선에서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 전 총장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가장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한국인 중 한 명이다. 직접 대선 주자로 나서지 않더라도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주목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경제 분야 고위관료를 역임한 그는 적어도 3대에 걸친 경제실패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확실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출향인사들은 늘 '충청 대통령'을 꿈꾼다. 이들은 반기문, 김동연, 윤석열 등을 충청의 인물로 생각한다. 그러면서 각자의 플레이가 아닌 연대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서울·부산 선거 변수

차기 대권은 내년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선 결과에 따라 크게 요동칠 것이 분명하다. 여권에서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쟁력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국민의힘 김종인 체제의 운명에 관심이 쏠린다. 즉, 여당이 승리하면 김종인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

당연히 기성 정치인이 아닌 제3의 인물이 대세로 부상할 수 있다. 이 때 윤석열·김동연·반기문 등을 포함한 연대가 상수(上數)로 거론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코로나발 경제위기가 본격화될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선과 2022년 3월 대선은 충청의 운명, 나아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최대의 정치적 이벤트다.

경제와 외교, 공정 모두를 훼손하지 않는 좋은 리더가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는 영·호남 패권주의를 끝낼 시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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