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시간

2020.11.17 15:56:03

신현애

공인중개사

'두려움이란 늙음과 인간 삶의 변화와 관련 된 근원적인 감정'이라고 마의로코 촐리 신부는 말했다. 노년기에 접어 들면서 판단력이 흐려지고 어깨에 힘이 빠지는 것은 나이 듦의 현상이며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했다.

이상한 일 이었다. 대체로 무얼 잘 잃어 버리지 않았는데 음식물 쓰레기 카드를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다. 하나를 분실했을 때 사용하라고 준 여유분까지. 생각을 멈추고 주변을 샅샅이 톺아 보아도 없다. 며칠 후 할수없이 관리 사무소에서 재발급을 받았다. 근래들어 계절옷을 찾느라고 옷장이며 서랍장을 몇 번씩 뒤적이고, 무난히 하던 컴퓨터 기능을 잊어버려 버벅 거리게 된다. 그때 마침 TV에서는 47세에 치매가 온 아내를 간병하는 남편의 이야기가 나왔다. 앞선 건강 염려증일까. 덜컥 겁이 났다. 돌연, 먹고 배설하는 원초적인 행사마저 남에게 의탁해야 하는 노인의 절박한 불안감이 떠올랐다. 며칠후 가까운 치매센터를 찾아가서 검사를 받아 보기로 했다.

센터 담당자는 비행기, 모자 연필, 마스크등 몇개의 단어를 읽어주고 잠시있다 제시한 순서대로 기억하며 말해 보라고 했다. 사칙연산을 활용한 계산문제를 내고 답을 체크하기도 하며.

오늘은 며칠이에요? 날씨는, 계절은…. 유치원생에게 문답하듯이 묻고 대답한 내용을 기록하더니 '정상'이란다. 우려와 달리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나오면서도 한 풀 꺽인 자존감은 되살아 나지 않았다.

가까운 지인 부부 교사가 있다. 평생 교육자로 살아오면서 비교적 평탄한 생활을 해왔다. 몇 년전 퇴직을 하면서 부부는 노후의 삶을 쉼과 봉사활동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였는데, 남편에게 치매가 왔다고 했다. 계획은 멈춰 버리고. 남편은 옷을 입지 않은채 복도에 나가 있는가 하면, 이를 발견하고 집에 들어오자고 해도 말을 안 듣고 버틴단다. 힘이 어떻게나 센지 경비실 직원에게 도움을 청하여 해결했는가 하면, 잠을 자다 갑자기 아내의 목을 누르며 '죽여 버리겠다'고도 한다고 했다.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칠년 모셨던 경험은 있지만 남편의 그러한 모습은 정나미가 떨어진다고 하며 평소 새침한 모습과 다르게 수수롭게 말했다. 부부로 살아 온 많은 날들의 추억이 아득하게 멀어질만큼 영혼을 갉아 먹는다며 병의 중대함을 이야기했다. 부부간 유난하게 정분 있던 이들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이에게 말할 정도로 그녀는 지쳐 있는 듯 했다.

'멈춰 버린 시간' 치매는 후천적으로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질환으로 환자의 증상은 백인백색으로 정답이 없고, 보호자가 어떤 성격이냐에 따라 환자의 상태가 달라진다고 했다. 자신과 시공간을 잃어 버리는 병, 예전에는 노망이라고 치부하며 타인에게 말하기를 꺼려 했는데 이제 사회적인 분위가 많이 달라졌다. 정부 차원에서 예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조기검진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통계청은한국이 2020년에 65세이상의 인구비율이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들어 설 것으로 내다 봤고, 4초마다 한명씩 치매 인구가 늘어 난다고 했다. 한번 빠지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치매라는 감옥. 노년에 혼자 힘으로 살 수 없는 기간이 남성은 9년, 여성은 12년이라는 통계도 있다. 혼자 지낼 수 없는 주요 원인1위가 치매라고 한다.

'무병 단명이요, 유병 장수'라는 말은 무병을 기대하기 보다는 치유에 관심을 두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리라. 우스개 말로 '재수 없으면 백오십세 까지 산다'고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늘자 신문에는 모(某)중학교 학생들이 길에서 '멈춘 시간' 속에 있는 치매어른 모시기 활동을 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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