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병 시대와의 타협과 수용

2020.11.26 09:44:54

류용재

충북보건환경연구원 식품분석과 보건연구사

미국 만화영화 '심슨 가족'의 한 에피소드는 주인공 호머 심슨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요샛말로 웃프게 다루고 있다. 복어를 잘못 먹어 24시간밖에 살지 못하게 된 호머에게 의사는 그가 겪게 될 심적 변화를 다섯 단계로 설명한다. 이때 호머는 첫 번째 부인의 단계를 설명할 때 "난 안 죽어요!"라고 외치고, 그다음 분노의 단계에서는 "이 돌팔이 같은!"이라며 화를 내는 방식으로 매 단계 몸소 예를 보여주듯 즉각 반응하여 보는 이에게 웃음을 준다.

위 에피소드는 미국 정신과 의사 퀴블러로스의 이론을 차용한 것으로 현재 이 이론은 대형 참사를 겪은 사회가 보이는 변화를 부인, 분노, 타협, 우울 그리고 수용의 다섯 단계로 설명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감염병으로 인한 현재 우리 상황을 대비해 보면, 첫 번째 '누군가 공포심을 조장할 뿐 사실이 아니야.'라며 부인하고, 또 특정 국가나 종교를 향해 '모든 게 그들 때문이야!'라고 분노했다가 이어 '치료제와 백신이 나올꺼야' 하지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야.'면서 타협하고 우울감을 느끼는 단계를 지나고 있다.

모든 것이 마비되었고, 일상의 당연한 일들이 기약 없는 낯선 과거가 되었다. 지금 우리의 우울함은 애도할 틈도 없이 맞닥뜨린 우리 생활 전체의 갑작스러운 불편한 변화 때문일 것이다. 가혹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암울한 상황을 수용해야 할 단계이다. 우리에게 변화가 없다면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은 휴전 기간도 없이 새롭고 더 강한 형태로 다시 공격해 올 것이며 우리 일상의 기본 좌표들을 붕괴시킬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용기를 내 이에 맞서기 위한 새로운 세상을 재구축해야 한다.

그럼, 과학자들이 수년간 경고했음에도 이 같은 재앙 상황을 초래한 우리 시스템은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에 대한 여러 비판의 불협화음 속에 반드시 짚고 싶은 것은 우리가 이들의 끔찍한 예측과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시장 논리에 따른 경제적 자원 배분 과정에서 생태학자, 감염병 전문가들이 그동안 적잖이 소외되었다는 점이다.

WHO는 21세기를 '감염병의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감염병에 대한 감시와 대비가 필수인 시대로 들어섰다는 의미일 것이다. 병원체 감시를 통해 미지의 감염병을 대비하는 일은 질병관리청뿐만 아니라 각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및 일선 보건소가 협력할 때 실질적 효과가 있다. 지금은 이를 담당하는 공공영역의 감염병 전문 기관에 대한 지방 정부의 과감한 자원 배분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목숨 걸고 최선을 다해 코로나19와 싸워주신 '전반전'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존경을 보냅니다. 아울러 '후반전'에는 선수를 보강하면서 지쳐있는 전반전 선수에게 또다시 전력 질주할 수 있는 물적 영적 에너지를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공적 기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 후반전 전력 보강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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