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육아 딜레마

2020.11.22 14:50:27

송영란

충청북도 저출산 극복 사회연대회의 협의체 위원 (한자녀 더갖기 운동연합충북본부 본부장)

지난주 친구들 모임에 갔다가 최근에 딸을 결혼시킨 친구가 손녀 돌봄에 대한 하소연을 하는데 듣고 보니 이해도 되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나에게도 곧 닥칠 일이 아닐까 싶어 내심 불편했다. 친구의 사연인 즉, 얼마 전에 결혼해 맞벌이를 하는 딸이 손녀를 봐 달라며 친정에 놓고 갔는데 이로 인해서 갑자기 자신의 삶이 무너져 엉망이 되었다는 것이다. 요즈음 저 출산이 커다란 사회적 문제일 뿐 만 아니라 사랑스런 딸과 손녀이니 어쩔 수 없어 할머니의 육아전쟁이 시작되었단다

최근에 친구가 비만도 해결할 겸 취미로 시작한 수영도 당장 그만두어야 했다. 자식들 다 키우고 요즘 친구들과 모임을 자주 했었단다. 어느날 멋모르고 손녀를 데리고 친구들 모임에 갔는데 손주를 키워본 적 없는 친구가 대놓고 만나는 장소와 대화 등 여러 가지로 불편하니 남편한테 맡기고 다음부터는 혼자 오라고 했단다. 그 다음 달 부터는 자존심이 상해 안 갔다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친구를 보며 옛날의 내 모습과 앞으로 닥칠지도 모를 나의 미래가 오버랩 되며 나 역시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래도 아이를 맡길 곳이 있었던 친구의 딸은 막막했던 나보다는 훨씬 더 나은 상황이었다. 시골 농사일로 바쁜 시어머니와 뒤늦게 자신의 삶을 갖고 싶다는 친정엄마 두 분이 다 아이들을 못 봐주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의 손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나의 육아와 직장을 병행했던 시절은 지금 생각해봐도 지금 돌이켜보면 행복한 시간들이었지만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슬픈 추억의 순간들도 있었다 그 당시 나는 나중에 이런 상황이 오면 손주들을 꼭 봐주어야지 다짐했었는데 지금 나에게 이런 상황이 온다면 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몇 년 전부터 저 출산으로 인한 인구 절벽을 부르짖으며 젊은 세대들에게 출산을 장려하고 있고, 나름대로 여러 각도에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뚜렷하게 당사자들에게 부각되지 않는 건 나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물론 전보다 상황이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많은 워킹맘들이 독박육아로 인해 힘들고, 결국 경력 단절을 겪는 여성이 아직도 많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요즘은 일부지만 회사에 직원을 위한 유치원이 운영되어 아이들과 함께 출퇴근하는 회사도 있기는 하다. 개인이 운영하는 유아원은 신생아는 물론, 워킹맘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도 운영되고도 있다. 그러나 모든 위킹맘들이 이런 시설들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

며칠 전 우연히 보게된 모 TV 프로그램은 우리의 현실이 다른 나라와 얼마나 다른지 잘 보여주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그곳에서 결혼한 신혼부부가 공부를 마치고 귀국할때 선택한 곳이 모국인 대한민국이 아니라 덴마크로 이민을 간 것이다. 이유를 물으니 " 세계에서 아이를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나라 1위 덴마크 " 라는 기사를 보고 그곳으로 가서 정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우 자신들의 선택에 매우 만족하다며 아이를 안고 행복해하던 부부의 잔상이 한 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우리도 더 이상 맞벌이 하는 젊은 엄마와 아빠만의 독박 육아가 아닌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 즉, 지자체, 회사, 국가와 우리의 조상들이 현명하게 행했던 행복한 대가족제도속에서 우리들의 미래인 귀중한 보물들을 키울 수 있다면 저 출산의 늪에서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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