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와 '만원 서울지하철'

2020.11.11 17:35:06

[충북일보] 사람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모여사는 서울이란 도시가 싫어서 10년전 세종으로 왔다.

특히 사람끼리 감염된다는 질병인 코로나19가 최근 수도권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된 뒤에는 아내처럼 필자도 서울 가는 게 무서워졌다. 그래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런 저런 핑계를 만들어서 서울행을 포기했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로 올 추석엔 장모님 산소 성묘를 하지 못한 게 몹시 켕겼다.

그러던 중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연극 '동굴가족'의 할인 초대권을 필자의 대학 동문회에서 보내왔다. 게다가 아내 생일도 임박했다.

그래서 연극 공연을 볼 겸 성묘를 하기 위해 내겐 '금단(禁斷)의 도시'를 최근 방문했다.

산소는 서울과 맞닿은 도시인 경기도 고양시의 경의선 전철역 인근에 있다.

필자는 그 동안 성묘를 갈 때 아내에게 구박을 당하면서도 승용차 대신 지하철을 이용했다. 꽉 막힌 도로에서 운전대를 잡은 채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는, 역에서 조금 걷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엔 일정을 좀 넉넉하게 잡아 서울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여서 방이 많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며 숙소 예약을 하지 않은 게 잘못이었다. 후배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한 뒤 찾아간 명동의 주요 호텔들은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주말이면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콩나물 시루처럼 사람으로 빽빽하던 길거리가 너무도 한산하니 당연한 듯했다.

결국 명동 뒷골목의 아주 작은 여인숙에서 하룻밤에 2만3천 원짜리 이색 숙박을 체험했다.

반면 첫 날 서울역~장모님 산소~명동으로 가는 길에 이용한 지하철의 승객 혼잡은 '코로나 전 시대'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10여개 수도권 전철 노선 중에서도 승객이 적은 노선인데다 저녁 러시아워 직전 시간인데도 서 있는 승객이 대부분이었다.

무거운 배낭과 큰 가방을 각각 짊어진 필자와 아내는 서울역에서 차를 갈아타기 위해 음침한 땅굴 속을 수백m나 걸어야 했다.

서울시내에서 발생한 코로나 환자가 6천여명이나 되지만, 지하철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딴 세상 얘기였다. 인파에 떠밀리다 보니 어느 새 전동차를 타고 있었다.

'코로나 후 시대'를 맞아 지하철 전동차 안 풍경은 종전과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우선 승객들 얼굴의 절반 이상이 검거나 하얀 헝겊으로 가려지다 보니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칙칙해졌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끼리 강도처럼 복면을 한 채 밀폐된 공간에서 수십분 간 지내야 한다는 것도 큰 고역이었다.

서 있는 승객들이 손잡이나 기둥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물건에 최대한 손을 대지 않으려는 모습도 필자를 슬프게 했다.

서울시 자료를 보니 서울지하철 전동차 한 칸 면적은 60.84㎡(길이 19.5m, 폭 3.12m), 정원은 160명(좌석 54,입석 106)이다.

또 2019년 기준 전체 노선 평균 혼잡도는 134%다. 따라서 한 칸에 평균 214명, 가로·세로 1m 밖에 안 되는 공간에 3.5명이 타는 셈이다.

지하철은 코로나 시대에 가장 위험한 다중이용시설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만드는 데 이어 수십만명이 살 수 있는 3기 신도시를 서울 주변 지역에 건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말 50%에 도달한 수도권의 인구 집중도는 더욱 높아지면서, 서울역을 비롯한 주요 환승역의 혼잡도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발생하는 전국 코로나 확진자 가운데 수도권 비중이 높은 것은 인구 집중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반면 인구가 적거나 줄어드는 대다수 농어촌 지역 사람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실질적으로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코로나를 물리치기 위해서도 수도권을 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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