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종과 다른 '충북 정치인'

2020.11.03 17:35:46

[충북일보] 노무현 정부가 설계한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으로 문재인 정부 역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충청권 역시 그동안 세종시 완성을 위해 온갖 희생을 감수했다.

그런데 세종 정치인들은 대전·충북·충남의 희생에 크게 고마워하지 않았다. 세종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주변지역의 고통조차 되돌아보지 않았다.

막 내린 이해찬 시대

세종의 전성기는 누가 뭐래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와 이춘희 세종시장이 끈끈한 연대를 보여줬던 시기다. 지금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이해찬 시절 세종은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노무현의 국가균형발전 시책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에서 이해찬 대표는 '수도 이전'을 위한 포석까지 깔아놓았다. 대전과 청주권 곳곳에서 제2의 과밀도시를 우려하면서 세종 독점을 경계했지만, 거대 여당은 여전히 '수도 이전'을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물론, 청와대와 국회가 세종으로 이전하면 인근인 청주와 대전, 충남 모두가 동반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기자의 눈에는 세종 역시 조만간 지금의 서울처럼 과밀화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정부청사가 몰려있는 세종 중심가를 돌아보라. 승용차로 세종청사 주변을 운전하다 보면 여기가 서울인지, 세종인지 분간하기 힘들 때가 많다. 인구가 많아서가 아니다. 건물이 많아서도 아니다. 세종 도로를 보면 좁고 곡선이 많아 많은 운전자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여기에 청와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국회가 통째로 내려오면 세종은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주변보다 훨씬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그래서 상당수 대전·충북·충남 주민들은 세종시를 중심으로 3개 시·도 분산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 '신 수도권벨트'가 구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대전 서구을) 의원이 지난달 29일 배포한 보도자료가 눈길을 끌었다. 대전 서구 소재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시 이전을 강력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의원은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국회 산자위 국감에서 다른 정부 부처와의 협업과 소통,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 정책 컨트롤타워로 중기부 이전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16일 이전 의향서를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고도 했다. 박 의원은 '심히 유감'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나아가 중기부의 세종시 이전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비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은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세종시의 당초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산하기관까지 모두 세종으로 떠난다면 수도권에서 지역이 아닌 지역에서 또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이 되면서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앞서 박 의원과 함께 대전권 국회의원인 이상민·조승래·황운하·장철민 의원도 중기부 세종 이전 문제에 집단 대응에 나섰다.

청주와 충북의 침묵

충북은 세종 건설 과정에서 옛 청원군 부용면 8개리를 내줬다. 힘들게 유치한 중부권내륙화물기지도 세종으로 넘어갔다. 대신 요구했던 충북업체의 세종 건설참여는 관철시키지 못했다. 최근에는 세종 건설업체와 레미콘 업체가 청주 시장을 넘보고 있다.

총 8명의 충북 국회의원, 그리고 광역·기초단체장들은 정부의 세종 집중투자를 제대로 견제하지 않는다. 민·관·정이 힘을 모아 막아낸 것은 고작 KTX 세종역 신설 반대뿐이다.

어느 누구도 국회 분원 청주 유치를 얘기하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청주 소재 한국수자원공사 충청지역본부의 전북 이전과 제천 소재 한국철도공사 충북지역본부 폐지 철회에 앞장서지도 않는다.

이 와중에 충북 지역구 여야 국회의원 2명이 정치적 시련에 직면했다. 충북 정치가 여전히 대한민국 정치의 변방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양새다. 영·호남의 굳센 응집력이 늘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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