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구세주' 나훈아처럼 살자

2020.10.14 13:22:46

[충북일보] 서울 생활을 접고 10년전 세종에 정착한 뒤 종전보다 편리해진 대표적인 것은 '명절 보내기'다.

형과 어머니가 있는 대구까지의 거리가 절반으로 줄어든 데다 '교통지옥'인 수도권 땅을 밟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환자가 늘어날 것을 우려한 정부는 올 추석엔 고향 방문은 물론 여행도 자제해 주도록 국민들에게 권고했다.

이에 따라 우리 집 5형제는 80대 후반인 어머니의 건강이 좋진 않지만 올해는 얼굴 보는 걸 꾹 참기로 했다.

대신 필자는 아내와 함께 세종과 대구의 중간쯤에 위치한 고향 추풍령의 선산(先山)에 들러 잠깐 성묘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올해 10월 달력을 보면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 한다"란 옛말이 생각난다.

지난달 30일 시작된 추석연휴가 작년보다 하루 많은 5일이었고, 나흘 뒤 시작된 한글날 연휴도 3일이나 됐다.

'꼰대스러운' 생각일지 모르나 코로나 사태로 나라와 국민들이 모두 어려운데 노는 날은 왜 이리 많은 걸까.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에게는 '표 떨어지는 소리'처럼 들리겠만,추석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슬그머니 없앤 것처럼 코로나 같은 특수상황에서는 휴일을 좀 줄일 수도 있지 않을까.

다행히 추석연휴 첫 날 저녁 8시분부터 KBS 2-TV에 등장한 나훈아(본명 최홍기)는 전세계 수천만 명의 한국인에겐 '구세주 (救世主)'나 다름없었다.

현장 공연 때면 암표 값이 수십만 원까지 오르는 표를 어렵게 구할 필요 없이 안방에 앉아 느긋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늘어난 휴일로 마음 고생을 한 수많은 가장들, 명절에 어머니를 뵙지 못해 찜찜했던 필자같은 사람은 더욱 큰 고마움을 느꼈다.

어머니는 서울에 사는 막내 여동생이 웃돈을 주고도 어렵게 구한 표로 2년전 서울에서 '나훈아 공연'을 본 뒤 매우 만족해했다.

대구에서 어머니와 함께 사는 다른 여동생은 "평소 저녁 8시면 잠자리에 드는 어머니가 이번에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3시간 가까이 TV 앞을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많은 한국인은 70대 중반의 나훈아가 여전히 노래를 잘 하는 외에도 장점을 많이 가졌기 때문에 열광한다.

우선 그는 50여년간 간판을 따기보다는 실력을 쌓으며 '한우물'을 팠다.

최종 공식학력이 '서라벌예고'인 나훈아는 대다수 가수와 달리 많은 노래를 직접 만들었다.

여러 연예인이 자신의 이름을 팔아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았지만, 그는 정치권 제의를 거부했다. 심지어 최근까지 '경제계 대통령'이라 불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았을 때에도 거절했다고 한다.

'상남자'인 나훈아는 권력 앞에서도 당당했다.

"역사책을 봐도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 나라를 누가 지켰느냐 하면 바로 국민 여러분입니다.

유관순 누나, 진주의 논개, 윤봉길 의사, 안중근 열사 이런 분들은 모두 국민이었습니다. 국민이 살아있으면 위정자(僞政者·가짜 정치인)가 생길 수 없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그가 한 이 말은 의미심장했다.

'통 큰 경상도 사나이'는 착한 일은 조용히 했다.

올해 초 대구에서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자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억 원을 기부하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코로나 사태로 아른바 '확찐자'가 돼 버린 필자에겐 이번 공연에서 찢어진 청바지와 민소매 셔츠 사이로 드러난 그의 근육질 몸매도 무척 부러웠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그가 새로 만들었다는 노래의 가사다. 나훈아처럼 사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추석연휴 첫 날인 지난 9월 30일 저녁 8시 30분부터 약 2시간 40분 동안 KBS 2-TV에서 공연하고 있는 나훈아 모습.

ⓒTV화면 활영

추석연휴 첫 날인 지난 9월 30일 저녁 8시 30분부터 약 2시간 40분 동안 KBS 2-TV에서 공연하고 있는 나훈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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