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갑질금지법 개선 필요하다

2020.09.28 19:54:13

[충북일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갑질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 2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직장 등 사회 곳곳에서 '갑질'은 여전하다. 수백 번도 더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하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충북소방본부에서도 최근 갑질 의혹이 제기됐다.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소방청은 도내 A 소방서장에 대해 품위 유지 및 성실 의무 위반으로 징계 처분하도록 요구했다. 해당 소방서 직원이 A 서장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진정서를 접수해 감찰에 착수했다. A 서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행사·모임 등을 자제하라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 중이던 지난 7월 13일 오후 지역 내 모처에서 열린 신규 직원 환영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A 서장은 자신의 젓가락으로 라면을 떠 B씨에게 건넸다. 하지만 B씨가 위생 문제 등을 이유로 먹기를 거부하자 욕설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지역의 한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A씨는 몇 달 전 회사 측으로부터 어처구니없는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회사 상황이 어려워졌으니 이달 중 스스로 퇴사해달라는 것이었다. 회사 측은 A씨에게 "이달 중 그만두지 않으면 실업급여를 못 받게 하겠다"는 엄포도 놓았다. A씨는 "근로자에게 해고 통보를 하려면 최소 한 달 이전에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무리 비정규직이어도 장기간 근무한 직원들을 하루아침에 해고하는 법이 어디 있냐. 이것도 엄연한 갑질"이라고 토로했다. 갑질금지법 시행 1년이 넘었다. 하지만 갑질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법 자체가 유명무실해 졌다. 갑질은 주로 수직적 관계에서 일어나는 부당 행위다. 신분이나 지위, 직급 등에서 발생하는 육체적·정신적·언어적 폭력을 아우른다. 대개 사회나 직장에서 지위가 낮은 사람이 피해자다. 직장 내 갑질이 가장 많다. 인격모독, 왕따, 허위사실 유포, 과도한 업무강요, 업무배제, 성추행, 폭행과 폭언 등 종류도 다양하다. 상상하기 힘든 수많은 갑질이 자행되고 있다. 그동안 사회 곳곳에서 암암리에 저질러져 왔다. 모두가 알면서 쉬쉬했을 뿐 늘 존재했다. 문제는 갑질을 당한 상당수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 있다. 대처해도 개선되지 않는데다 자칫 직장 내 인간관계마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소극적 대응으론 갑질 문화를 개선할 수 없다. 정당한 권리 취득은 요원하다. 철저하게 준비해 맞서야 한다. 우선 갑질 증거를 수집하는 게 중요하다. 업무일지나 작업일지를 꼼꼼히 작성해 갑질 내용을 상세히 기록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무엇을 왜 부당한 짓을 했는지 적어놓아야 한다. 물론 직장 내에서 정면충돌은 좋지 않다. 비슷한 일을 당한 동료를 찾아 힘을 합치는 게 좋다. 뭉치면 강해지는 법이다.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강하다. 증거확보는 필수다. 갑질 행위자의 행동을 녹화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 녹취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불법 논란이 있지만 본인이 참여한 대화는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공공부문에서 갑질 피해를 입었다면 국민신문고 갑질 피해 민원신청으로 신고하면 된다. 근로자는 직장에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다. 그리고 그 임금으로 생활을 영위한다.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직장이 생계유지 활동공간인 셈이다. 어쩔 수 없이 상급자, 동료, 하급자 등과 수없이 부딪치게 된다. 직장문화가 어떠한지에 따라 직장생활의 질이 달라진다. 서로를 인정하는 직장문화 조성에 모두 나서야 한다. 동료 간 일과 생활에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법률은 지난해 7월 16일 시행됐다. 하지만 법보다 조직 내 변화가 먼저라는 지적이 많았다. 법으로 금지를 해봤자 그림에 떡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직장 내 갑질 예방을 위한 최우선은 교육이다. 주로 영세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더 많다. 직장 내 갑질 의무 교육을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건전한 직장 문화 조성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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