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시행 4년 ②상한액 혼선…편법·꼼수 찾는 현장

코로나19 영향 농축수산물 선물한도 한시적 상향
국내산 사과에·수입산 망고 섞인 과일바구니 진열
영수증 쪼개기 등 악용…화훼업계는 고사 위기

2020.09.23 20:22:54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4년을 맞는다. 법 시행 후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는 화훼업계다. 청주의 한 화원에 탐스러운 호접란이 손님들을 기다린다. 호접란은 '행복이 날아온다'는 꽃말이 있어 인사철이면 인기가 많았지만 청탁금지법 시행된 후에는 개업축하용으로 간신히 판매되고 있다.

ⓒ안혜주기자
[충북일보] 미완(未完)으로 출발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은 제정 후 4년간 미비점을 개선·보완해왔지만 그 때마다 또다른 논란과 부작용을 낳고 있다.

입법과정부터 논란이 된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의 가액 범위는 현장에서 혼란을 부추길뿐 아니라 '영수증 쪼개기' 등으로 교묘히 악용되며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 시행 초기 식사·다과·주류·음료 등 음식물은 3만 원, 금전 및 음식물을 제외한 선물은 5만 원, 축의금·조의금 등 부조금과 화환·조화를 포함한 경조사비는 10만 원이었다. 이같은 규정은 줄여서 '3·5·10' 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과 해석을 놓고 혼란이 지속되자 국민권익위원회는 2017년 12월 선물 상한액은 농축수산물에 한해 10만 원으로 올렸다.

경조사비는 절반인 5만 원으로 낮췄다.

10만 원까지 상향된 농축수산물 선물의 기준은 농수산물 품질관리법에 따른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이 해당되며 농수산가공품은 수산물 원료 또는 재료의 50%를 넘게 사용해 가공한 제품으로 기준을 설정, 시행령을 개정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농축산물 선물에 한해 상한액이 상향됐다.

정부는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올해 추석 명절 한해 농축수산 선물 상한액 20만 원 일시 상향'하는 청탁금지법 시행령이 의결했다.

이에 따라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된 지난 10일부터 추석 연휴 기간인 10월 4일까지 한시적으로 공직자등이 예외적으로 받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농축수산가공품 선물 가액 범위가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일시 상향된다. 이 기간 우편 등을 발송한 경우로서 2020년 10월 4일 이후에 수수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법을 완화했다.

상한액이 상향되며 가장 먼저 유통업체들은 10만 원대 후반의 농축수산물 선물세트를 대거 선보였다.

청주의 한 유통업체에서 판매되는 조기(10마리) 세트 가운데 18만 원짜리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청탁금지법을 의식한 듯 유통업체 관계자는 22만 원짜리 조기세트를 20만 원으로 영수증을 처리해주겠다고 흥정을 해왔다.

또 다른 유통업체에서는 국내산과 수입산 과일이 뒤섞인 과일바구니를 선물용으로 진열했다.

10만 원대 중후반에 형성돼 있는 과일바구니는 메론·자두·샤인머스캣·사과·배·감귤 등 국내산 과일과 함께 골든키위(뉴질랜드), 파파야(필리핀), 자몽(남아프리카공화국), 애플망고(브라질)·망고(태국), 캔디드림 포도(미국산) 등 각종 수입산 과일이 채우고 있다.

축산물 코너에도 10만 원대 후반 호주산 쇠고기 세트가 한자리 차지했다.

농어업인을 위한 한시적 완화가 수입산 과일과 축산물에 호기가 된 것이다.

청탁금지법으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대표적으로 화훼업계와 관공서 주변 일식·중식·한식 식당을 꼽는다. 인사철이면 축하난과 화분 배송으로 대목을 맞았던 화훼업계는 청탁금지법 시행 후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입학식, 졸업식, 그리고 각종 행사마저 줄줄이 취소되며 한숨이 떠나질 않는다.

청주의 한 화원 관계자는 "인사철 승진이나 임용 축하화분은 씨가 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화훼농가를 살려준다고는 관공서에서 꽃 팔아주기 같은 행사도 간헐적으로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씁쓸해 했다.

/ 안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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