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접종 중단 수습책 서둘러라

2020.09.23 19:28:39

[충북일보]  독감 백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예방접종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충북에선 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의료진이 독감 백신을 무단 유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청주 서원보건소에 따르면 청주의료원 일부 직원이 독감 백신을 외부로 반출했다. 가족과 지인 등에게 접종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독감 백신을 맞으려면 접종대상자가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해 예진표를 작성해야 한다. 그런 다음 의사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청주의료원 일부 직원들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이나 지인 명의 예진표를 허위로 작성한 뒤 약제실에서 백신을 수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신을 반출하면서 직원가족 할인 혜택도 적용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차원의 독감 예방접종 사업 중단은 초유의 사태다. 관계 당국의 백신관리 체계 허점을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코로나19로 놀란 국민의 가슴을 한 번 더 철렁 내려앉게 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백신의 생산부터 공급까지 기본 관리가 제대로 안됐다는 얘기다. 그게 아니고선 생길 수 없는 일이다. 국민건강은 수천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질병청은 독감 백신 전반에 대한 관리체계 점검을 해야 한다. 문제의 백신 품질검사는 너무 당연하다. 코로나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엄중한 상황에서 정부의 허술한 백신관리 실태가 드러났다. 국민생명과 관련된 백신을 일반 택배처럼 전달한 셈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독감 백신 안전공급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국민의 불안감을 씻어주는 게 급선무다.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대상 확대는 4차 추경 편성과 관련해 정치적으로도 쟁점이 된 사안이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무료 접종 대상자가 된 청소년들을 접종하기로 한 전날 백신 유통사고가 발생했다. 또 다른 잡음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질병청은 상황에 맞춰 최대한 안전한 백신 공급으로 접종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독감에 걸릴 경우 인후통과 발열증상 등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세와 비슷하다. 질병청이 가장 걱정하는 것도 이른바 '트윈데믹' 확산이다. 예년보다 무료접종 대상자를 늘린 이유도 여기 있다. 독감에 걸리기 쉬운 어린이, 고령자, 임산부 등이 대상이다. 고령층은 올 연말까지, 나머지 대상자는 내년 4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접종이 실시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충북도내 보건소와 병원에서도 일제히 접종이 중단됐다. 현재 도내 무료 접종대상자는 모두 55만 명 정도다. 지난 8일부터 1차 접종을 한 4천여 명을 포함한 모든 대상자가 당분간 접종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됐다. 백신 확보에는 시간이 걸린다. 우선 유정란과 세포배양을 준비해야 한다. 백신을 제조·검증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생산해도 내년 2~3월에야 공급할 수 있다. 현재로선 추가 물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통상 독감 유행 기간은 11월부터다. 지난해 독감 유행주의보는 11월 15일 발령됐다. 늦어도 10월 말까지는 독감취약 연령층에 대한접종을 마쳐야 한다는 얘기다. 해결책을 찾아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결코 간단히 넘길 수 없다.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벌써 여기저기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허술한 백신 관리에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 일선 보건소와 병원들은 쇄도하는 접종 문의에 진땀을 빼고 있다. 접종중단 지침만 내려왔을 뿐 이후 계획이 없다 보니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문제가 된 백신은 해당 제약업체가 각 의료기관에 공급할 1천200여만 도즈(1회 접종분)중 500만 도즈에서 나왔다. 결코 적지 않은 수량이다. 품질검사에만 2주일 이상 걸린다고 한다. 해당 백신 중 상당수가 안전성 문제로 폐기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독감 유행 기간이 지난 후 접종하는 '사후 약방문'일 수도 있다. 질병청은 하루라도 빨리 수습책을 마련해야 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안전성 검사를 통해 국민의 불안감을 달래줘야 한다. 방역 관리에도 한 치의 빈틈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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