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SNS서포터즈 - 삼성산 성터 마실

2020.09.23 16:28:27

어느 순간부터 일상이 달라졌다. 숨이 턱에 닿도록 산을 오르거나 냅다 뛰어 보는 일은 없어진지 오래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 몸에 알맞은 속도로 천천히 달리는 운동을 조깅이라고 하는데, 슬슬 다 까먹어 버렸다.

더도 말고 기초 체력과 면역력 회복을 위해 규칙적인 조깅이 필요한 상황에서 충북 옥천 삼성산 성터를 다녀 보고 있다. 이곳으로의 첫걸음을 기록해 본다.

옥천읍 가화리에 있는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과 향수 한우타운 앞 들머리에서 삼성산 등산로 안내도와 야생동물 및 해충 대처요령을 본다.

말끔한 해충 기피제 분사기 사용은 통과한다. 집에서 이미 잔뜩 뿌리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망졸망 계란꽃, 지천으로 피어난 개망초 꽃이 필자의 외출을 반긴다.

미리 목을 한번 축이고 향기를 잃은 채 바닥을 기는 듯한 밤꽃을 본다.

능선 삼거리에서 표지판을 기록한다. 삼성산성까지 300m 남은 곳이다. 돌아갈 때는 여기서 가화리 현대아파트로 갈 것이다.

금방 숨이 턱에 닿고 땀으로 범벅이 된다. 이 나무 잡고 한 번, 저 나무 잡고 또 한번 발길을 쉬어 간다.

삼성산성을 200m 앞두고 정자가 보인다.
숨을 고르고 구슬땀을 훔쳐 본다. 슬쩍 앉아 보는 전망대에서는 옥천 읍내가 내려다 보이는데 조금 뿌옇게 보였다.

한참 쉬고 나니 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부터는 어디라도 숨차지 않을 것 같은 용기가 솟는다.

삼성산(해발 303m) 정상 삼성산성 표석 앞에 섰다.

삼성산성은 고구려의 남진을 막기 위한 나제동맹으로 백제 땅에 신라가 만든 산성이다. 삼성산 성터에 관한 안내판과 삼국시대 관산성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라는 등의 설명을 새긴 안내석을 꼼꼼히 읽어본다.
옥천이 낳은 시인 정지용을 비롯해 조병화, 이은방 시인의 작품을 읽어 볼 수 있어 좋다. 조용히 읊조리며 마음을 정화하는 기회 또한 삼성산 마실의 색깔이다.

옛날 똬리가 생각난 나무 밑동이 근사하고, 뱀딸기와 기린초 꽃 색감이 매혹적이다. 삼성산 성터에서 조금 더 가면 돌탑 두 기가 있다.

돌 하나 주워 조심스레 돌탑에 보태고 발길을 돌린다.

능선 삼거리에서 가화리 현대아파트 쪽으로 가는 길은 까끄막이라서 처음 두어 번은 네발이 되기도 했지만 이젠 제법 속도감 있게 잘 내려온다.
이 길은 대부분 삼성산 산행의 들머리라지만 필자에게는 아직 날머리다.

긴장한 잔달음질을 한참 하다 벤치에서 한숨 돌리고 수풀 우거진 구불구불 내리막을 숨바꼭질하듯 이어간다. 오솔길의 재미에 푹 빠진다.

환하게 펼쳐지는 황톳길에 절로 입이 벌어진다. 흙냄새 일으키며 맨발로 콩콩 발가락과 발바닥을 찍어 온통 필자의 발자국으로 채우고 싶은 충동으로 서성거려본다.

'1주일에 5회, 한 번에 30분 이상 걷기.' 계획 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긴긴 장마에 작심이 여러 차례 깨졌다.
뜻대로 꾸준히 다니다 보면 나아지는 것이 분명할 것이다. 어느 날엔 용봉까지, 그리고 굽이굽이 장령산으로 천천히 가볼 셈이다.

/ 옥천군SNS서포터즈 배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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