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의 의미부터 따져보자

2020.09.21 16:58:09

[충북일보]  공정(公正)에 대한 얘기가 차고 넘친다. 그러나 대부분 나르시즘에 빠진 공정 예찬이다. 울림 없는 언설(言說)에 그치고 있다. 공허한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 말로 하는 공정은 예찬일 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공정에 대한 청년들의 높은 요구를 절감하고 있으며, 반드시 이에 부응할 것"이라고 했다. "병역 비리 등에 대한 노력을 더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공정은 촛불 혁명의 정신이며 다 이루지 못할 수는 있을지언정, 우리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근 일련의 사태 등으로 악화된 2030 청년층 다독이기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기념사의 초점은 공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공정이라는 단어를 37번이나 언급했다. 불공정이란 단어도 10번 나왔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공정 언급은 공허하게 울린다. 지나친 내편 감싸기가 부른 부작용 같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은 온 나라를 들썩거리게 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뒷짐 진 모양새다.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공정을 강조했다. 어떤 청년이라도 진정성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현 정부는 공정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대통령이 공정을 강조한 날 전국이 불공정 시비에 휘말렸다. 경찰 순경 채용 필기시험 문제 사전 유출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다. 충북에선 시험시간 추가 제공 의혹도 있었다. 시험 감독관이 특정 수험생에게 추가 시간을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수험생들에 따르면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린 뒤 한 수험생이 마킹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문제의 감독관이 1~2분의 추가 시간을 허락해 줬다. 당시 일부 수험생들은 추가 시간 요구에 동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의혹이 제기된 지점은 여기다. 마킹 요구에 대해서도 정확하지 않다. 문제에 대한 답인지, 인적사항인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경찰은 실태조사에 나섰다. 청년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말로만 공정을 외칠 게 아니라는 시선이다. 내 주변의 불공정 사례부터 살피라고 주문하고 있다. 추 장관 아들 의혹 문제도 그중 하나다.

 공정은 설득력을 갖는다. 공평 외에 올바름까지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공정은 강조되는 만큼 공정하지 않다. 공정의 모자람을 증명하고 있다. 공정의 강조가 불공정을 말하고 있는 셈이다. 공정시대의 역설이다. 공정은 공평함과 동시에 올바름을 유지해야 한다. 공정하려면 어떤 사안을 평가하고 판단하는데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고 지출을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사로운 이익이 개입되면 이미 공정이 아니다.

 모든 경우를 동일한 비율로 다루는 게 공정이다. 때론 공정성 이론으로 이어진다. 집단·조직생활에서 여러 사람에 대한 대우 또는 이익 배분 등에 적용된다. 기준에 따른 공평함이다. 이번에 발생한 경찰시험 불공정 사례는 나쁜 예다. 사회는 점차 다원화·다양화되고 있다. 공정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다. 자신의 위치에 따라 공정을 다르게 해석한다는 말이다. 공정에 대한 시선도 위치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어느 공정이 더 공정한가. 이 질문은 이제 무의미하다. 사회는 이미 다양하게 다원화 됐다. 공정의 가치는 이제 사회적 담론으로 결정된다.

*** 절차적 공정성 따져볼 때다

 여권 스스로 불공정의 기득권이 된 지 오래다. 청년들은 지금 좌절하고 실망한 채 살아가고 있다. 듣기만 좋은 화려한 수사는 필요 없다. 상처만 더 덧나게 할 뿐이다. 공정을 실천할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말도 꺼내지 말아야 한다. 행동 없이 말로만 하는 공정은 아무 소용 없다. 공정을 말하기 전에 공정의 의미부터 먼저 따져야 한다.

 단순히 공평함이 공정일 수는 없다. 올바름이 반드시 공정함일 수도 없다. 그만큼 현대 사회는 다원화 다양화됐다. 문 대통령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훌륭하다. 공정 실현에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만큼 좋은 문구도 없다. 공정 구현에 최고의 가치가 될 수 있다. 물론 레토릭으로 끝나지 않을 때 얘기다. 실천이 담보된 절차적 공정성을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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