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지붕 위로 올라간 까닭

2020.09.20 15:39:45

송용섭

충청북도농업기술원장·교육학박사

 올해는 유례없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상기후로 큰 물난리를 겪어야만 했다. 중국과 인도는 각각 100년, 46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고 네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에서도 홍수가 이어졌다. 중국이 지난 6월부터 석 달 넘게 최악의 폭우가 내려 세계 최대 규모인 양쯔강(長江)의 싼샤(三峽)댐이 붕괴 위기에 처하고 우리나라 인구를 뛰어 넘는 약 6천300만 명의 수재민이 남부 지역에 발생했을 때만해도 바다 건너 남의 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곧 이어 우리나라도 기상관측 이래 54일간 역대 최장의 장마와 집중호우 그리고 세 차례의 태풍으로 인명 피해와 함께 커다란 경제적인 손실을 가져왔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였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곰의 터전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단지 다른 동물 세계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특히, 자연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농촌은 홍수로 생명과 재산을 잃고 한해 농사를 망치는 막대한 손실을 초래해 농업인들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에 논과 밭, 과수원 등 농촌 수해복구 현장에서 목격한 피해 농가의 모습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영동군 양산면 복숭아 과원의 높은 가지 위에는 홍수로 인근 삼밭에서 떠내려 온 인삼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고, 옥천군 동이면 포도 농장은 하우스 천정까지 물이 차올라 높은 가격의 출하를 앞둔 포도 수확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제천시 봉양읍에는 담배 밭이 쑥대밭으로 변해 계약재배하고 있는 엽연초 생산이 물 건너갔고, 충주시 엄정면의 벼 공동 육묘장은 진흙 밭이 돼 농장주는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넋을 놓고 있었다.

 기상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기후변화가 극단적인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봄철에는 가뭄이 빈발하고 여름에는 홍수가 잦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물이 넘쳐서 때로는 물이 모자라 문제가 발생하므로 장마와 가뭄을 동시에 대비해야 한다. 이제 우리 농업인들은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에 대비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은 물론 이상기후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난제를 짊어지고 영농에 종사해야 한다. 장마와 폭우, 태풍뿐만 아니라 폭염과 가뭄, 폭설과 냉해 등 불규칙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각종 기상재해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 해 농사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스마트팜 등 혁신적인 농업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기상재해에 대응한 위기관리 역량을 갖춰야 한다. 현장의 두 가지 혁신 사례를 들자면 이달 초에 방문했던 보은군 삼승면의 사과재배 선도농가에서는 뉴질랜드에서 배워 온 다축형이라는 새로운 수형(樹形)의 고품질 사과재배 기술을 도입하고 태풍으로 인한 낙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을 세우고 있었다. 청주시 미원면의 한 고추재배 농가는 이중 터널 재배를 통해 오랜 장마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높고 품질 좋은 고추를 수확하느라 분주했다.

 추석을 앞두고 농산물 값이 치솟아 소비자들의 걱정이 크다. 배추, 무 등 채소 가격이 불과 한 달 전보다 두 배 정도 폭등했으며 한창 출하중인 포도 가격도 40% 이상 올랐다. 사과, 배는 개화기 저온피해와 과수화상병 발생에 따른 폐원으로 평년대비 33~44% 가격 상승이 전망되고, 건고추도 긴 장마기간 탄저병의 급증에 따라 생산량이 감소해 두 배 이상의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한 결 같이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면서 기후변화 예측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전 세계적인 재해들은 지구 온난화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이런 현상들은 코로나19와 함께 '뉴노멀(New Normal)'이 될 수 있다.

 이번 장마와 홍수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이다. 최장의 장마가 우리에게 일러준 경고를 다시 되새겨 보아야 한다. 앞으로 벌어질 기후위기의 예고편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기후위기는 우리의 일이 아니거나 먼 훗날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부터 라도 지난 폭우 때 온 국민들이 황당하게 지켜봤던'소가 지붕위로 올라간 까닭'을 다시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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