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목붕산(伐木崩山:나무가 베어지고 산이 무너져 내리다)

2020.09.15 18:25:59

김규완

전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장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 한다.

집안의 대들보인 아버지가 돌아가심을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에 비유한 것이다.

붕(崩)이라는 한자는 산이 무너져 내린다는 뜻이다.

2017년부터 2020년 5월까지, 태양광 난개발로 인해 전국의 임야에서 238만여 그루의 나무가 베어지고, 여의도의 17배에 달하는 5,014ha(약 1천500만 평)의 산림이 훼손됐다는 보도다.

숲 1ha(약 3천 평)는 성인 5명이 1년 동안 마실 산소를 만들어 낸다고 하니,

우리국민 2만5천명이 매년 마실 산소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숲이 사정없이 짓밟히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국토의 65%가 산으로 되어있어 세계 4위의 산림 국가이면서도 50%가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었던 우리나라는, 지나간 30년 동안 100억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꿔 세계에서 산림녹화에 성공한 기적의 나라로 인정받게 되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82년 보고서에서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 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라 했고,

환경운동가이며 전 지구환경정책연구소장인 레스터 브라운은 저서에서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적 성공작이며, 한국이 성공한 것처럼 우리도 지구를 다시 푸르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은 세계 9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2018년 기준)이 되어 지구온난화에 한 몫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을 대기 중에 있는 탄산가스(이산화탄소)의 증가로 보고 있다.

산소를 내뿜고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는 나무가 줄어들수록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추기가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다.

리처드 루브는 그의 책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에서 '자연결핍장애'(인간이 자연에서 멀어지면서 치르는 대가)란 가설을 제시한 바 있는데, 여기에는 감각의 둔화, 주의 집중력 결핍, 육체적 정신적 질병 발병률 증가 등이 포함된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미국 제26대 대통령)가 100년 전에 한 말이 떠오른다.

"부모는 아이들이 자연결핍으로 고통 받지 않도록 환경을 마련해 줄 의무가 있다."

전국 제일의 녹지비율을 가진 과천시와 상대적으로 낮은 녹지비율을 가진 B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자아실현 정도를 비교분석 하였더니, 과천시민들이 B시민들보다 자아실현 정도가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앞으로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학세권(학원가를 끼고있는 아파트), 역세권(지하철 역을 끼고있는 아파트), 스세권ㆍ맥세권(대형 식료품 프랜차이즈가 가까운 아파트)에 이어 숲세권 아파트가 대세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집 가까이 숲이 있으면 공기 정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자연 친화적 환경이 조성된다.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에서처럼 숲은 인간의 몸도 마음도 치유해 준다.

숲은 모두가 가버렸을 때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켜주는 친한 친구같은 존재다.

산림을 더 조성하고 가꾸지는 못할망정 있는 것 마저 훼손하는 것은 죄 짓는 일이요 벌 받을 일이다.

저 배부르자고 제 자식 논밭의 작물을 잘라내고 갈아엎어버리는 부모가 세상에 있을까·

조선시대에는 실화로 소나무를 소실한 자에 대하여 장 100에 2,000리 외지로 귀양을 보냈었다.

다행히 산림청에서 보전산지(산림청장이 자연생태계 보전 등의 이유로 지정한 땅)에는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하고,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범위도 기존 경사도 25도 이하에서 15도 이하로 제한했다고 하니, 어려움 속에서도 숲을 지키려는 소신행정에 감사할 따름이다.

"인간은 자기 주위의 대지가 푸르다는 사실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구 소련 작가 블라디미르 솔루힌이 한 말이다.

컴퓨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을 컴맹이라 하듯 숲에 대해 무지한 사람을 숲맹, 생태맹이라 부른다.

오늘날 모든 사람에게 인터넷에 접속할 권리가 있듯이 우리에게는 숲을 향유할 권리와 지켜나갈 의무가 있다.

숲은 인간에게 있어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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