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해야

2020.09.14 19:51:15

[충북일보]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12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돼 공식 출범했다. 국내 질병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주 임무다. 감염병부터 만성질환까지 책임질 전문기관으로 발돋움이다. 코로나19 극복이 첫 시험대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04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의 유행 후 생겼다. 2009년 신종플루와 2015년 메르스 당시 감염병 통제의 핵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전 감염병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신종 감염병 유행 가능성도 커졌다. 신속한 감염병 대응이 더 중요해졌다. 16년 만에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된 이유다. 조직은 5국 3관 41과로 편제되면서 직원은 1천476명으로 42% 늘었다. 전국 5개 권역엔 질병대응센터가 새로 만들어진다. 전국 256개 보건소에도 800여명의 인력이 보강된다. 질병청의 첫 번째 임무는 앞서 밝힌 대로다.

질병청 승격으로 일단 국내외 감염병 전반에 대한 감시역량이 강화됐다. 질병청은 감염경로 등 역학조사 역량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감염병의 유행 예측 기능도 더 높일 예정이다. 감염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 외에 백신 개발을 지원할 국립감염병연구소도 신설할 계획이다. 실질적인 질병관리 업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질병청은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개발 연구 지원에도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미래 의료와 만성질환에 대한 융복합 의료 준비도 병행키로 했다. 무엇보다 독립적으로 감염병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방침이다. 감염병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은 갖춘 셈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 방역은 독립성이 관건이다. 그게 확보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질병청이 어떤 상황에서도 방역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초대 정은경 청장은 직을 걸고 독립성을 지켜내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 복지부 등으로부터 간섭을 물리쳐야 한다. 방역과 경제는 떼어 놓기 어렵다. 제로섬(Zero-sum) 관계다. 경제를 앞세우면 방역이 느슨해지게 된다. 끝내 확진자가 늘어나 경제 회복이 더뎌진다. 방역을 우선하면 단기간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국민 건강을 지키고 결국 경제도 살리게 된다. 하지만 늘 방역당국과 정치권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정치권은 여론을 보고 움직인다. 선거 땐 표심을 따라간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방역보다 경제를 앞세우려는 경향성을 띤다. 하지만 질병청은 그런 유혹과 외압을 과감히 떨쳐내야 한다. 원칙적으로 감염병 예방과 박멸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내부의 전문성과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런 다음 외부 전문가들과 소통하는 게 좋다. 독선 경계도 중요하다. 방역은 과학이다. 관료화나 집단이기주의, 독선은 치명적 오류를 범하기 쉽다. 경계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지구촌 200개 이상 국가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양상은 아주 다르다. 방역 당국의 역량에 따라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천차만별이다.

인구 100만 명당 감염자, 즉 발생률을 보면 일본은 591명으로 한국(428명)보다 많다. 대만(21명)은 한국보다 적다. 한국 정부는 'K 방역'을 자화자찬해왔다. 하지만 시행착오도 많았다. 대구 신천지 교회 발 1차 대유행 사태 땐 중환자 병실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5월 연휴와 7~8월 휴가철에는 느슨한 방역으로 2차 대유행을 초래했다. 방역은 선제적으로 할 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공격적 사전 검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물론 개인정보를 충실히 보호하면서 방역 사각지대를 미리 찾아내야 한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부는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를 2단계로 완화했다. 만전을 기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내년 4월엔 재·보선이 예정돼 있다. 질병청은 '정치 방역' 논란을 피해야 한다. 각종 상황에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커진 몸집만큼 책임감과 사명감이 더 막중해졌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인식해야 한다. 더욱 더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이번 추석연휴가 시험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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