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파업보다 코로나 방어가 먼저다

2020.08.25 19:33:54

[충북일보] 26일부터 사흘간 전국 개원의들의 2차 총파업이 예고됐다. 또 다시 진료 현장의 의료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그나마 전공의들이 선별진료 등 코로나19 대응에는 참여키로 해 다행이다. 그래도 의료공백과 진료차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6~28일 사흘간 2차 총파업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때문이다. 전국 대학병원 전공의(인턴·레지던트) 협의회는 지난 21일부터 3차례 단체행동으로 업무를 중단했다. 지난 7일 전공의 첫 집단 휴진, 14일 의협 주도의 전국 의사 총파업이 있었다. 이번 파업도 그 연장선 상에 있다. 충북도는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지난 24일부터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재가동 하고 있다. 응급의료기관 진료체계 점검도 마쳤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는 진료시간 확대 등 협조를 당부했다. 시·군 보건소 등에는 비상진료를 실시하도록 조치했다. 상황실은 불편사항이나 불법휴진 의심 의료기관 신고 창구로 운영된다. 문 여는 의료기관 안내도 한다. 지난 14일 1차 휴진 때 도내 884개의 의원 중 30%가량이 휴진했다.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할 이는 별로 없다. 공공의대 설립 등의 필요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책이 수립·결정되기 전 의료계 전문가들과 소통은 필연적이다. 그래야 정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 협의나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밀어붙였다. 최근에서야 의협 관계자들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그만큼 의료계와 소통하지 않았다. 정부의 태도는 이번 파업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1일부터 순차적으로 집단휴진에 돌입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곧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면허 정지나 취소까지 가능한 강경책이다. 하지만 벌칙이 강하면 더 거센 반발을 부를 수 있다. 맞서는 태도는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의협은 "업무개시 명령이 내려와도 모두 응하지 않고 당당하게 면허정지 취소 조치를 당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는 지난 22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사단체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수도권 상황이 안정된 후 의료계와 논의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신뢰할 수 없는 정치적 수사"라며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집단행동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일축했다. 의협이 정부의 대화 제의를 문제 해결의 진정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뿌리친 셈이다. 우리는 정부와 의협의 갈등 배경을 신뢰 문제라고 판단한다. 정부의 접근 방식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부 정책에 발등을 찍혔다는 의료인들의 피해 의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의료인들은 대구 발 코로나19 1차 위기 때 혼연일체로 앞장섰다. 위기극복의 제1공로자나 다름없다. 그런 공마저 인정받지 못했다는 억울한 심정이 들 수 있다. 정부는 의료인들의 그런 점까지 헤아려 접근했어야 했다.

의대정원 확대 문제는 휘발성이 큰 사안이다. 정부가 모를 리 없다. 의료계와 소통한 뒤 공청회 등 여론수렴 및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쳤어야 했다. 시간을 두고 로드맵을 제시했어야 했다. 알면서도 밀어붙인 거라면 무모한 행정이다. 일각에서 내놓은 평가처럼 코로나 위기를 이용해 정부가 '공공의료 확대'라는 숙제를 풀려고 했다면 정말 나쁘다. 지금이라도 의협 등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비상시국이다. 양측이 서로 양보만 고집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공백은 절대 없어야 한다. 정부는 보다 솔직한 대화로 믿음을 줘야 한다. 의료계는 대승적 차원에서 2차 총파업을 접고 의료 현장을 지켜줘야 한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이 진정될 때까지라도 파업을 중지하는 게 현명하다. 정부는 현안 쟁점을 재검토하고, 의료계는 코로나 방어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게 지금의 타개책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벌이는 대치는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치킨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쪽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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