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이재민 무료 진료소 가보니…몸도 마음도 고통

11일 음성 삼성보건지소서 이재민 무료 진료
"아직도 불안하다"…정신적 고통 호소
소화불량·피부질환 환자 많아…스트레스·오염된 물 탓

2020.08.11 20:47:49

11일 음성군 삼성보건지소에서 이재민들이 진료를 받기에 앞서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신민수기자
[충북일보] 이달 초부터 음성군 삼성중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장혜경(64·여)씨는 11일 오전 삼성면 삼성보건지소를 찾았다.

이날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삼성보건지소를 찾아 수해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해준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장씨가 보건소에 간 건 몸이 아파서가 아니었다.

산사태를 겪은 뒤 찾아온 정신적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31일 내린 큰비로 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그의 주택 마당과 창고는 토사에 뒤덮였다.

장씨는 "지금도 산을 보면 제가 있는 방향으로 넘어오는 것 같다. 산림청의 안전진단이 끝날 때까지는 학교에서 지내겠다"며 당시 기억에 대한 괴로움을 호소했다.

수해를 입은 한 노인이 11일 이재민 무료진료를 위해 음성군 삼성보건지소를 찾은 삼성서울병원 의사의 진료를 받고 있다.

간단한 문진표를 작성한 장씨는 보건소 내에 꾸려진 내과, 가정의학과, 응급의학과, 피부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5개 과목 진료소 가운데 정신건강의학과로 향했다.

정신건강의학과에는 어림잡아 대여섯 명의 노인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 역시 수마가 남긴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박기석(83) 할머니는 "마당 안쪽까지 물이 차올랐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불안하다"며 "그날 이후 밤에는 집이 아닌 임시주거시설에서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뿐 아니라 다른 진료과목에도 많은 이재민들이 몰렸다. 특히, 소화불량과 피부질환 관련 환자가 많았다.

한 간호사는 "심한 스트레스와 오염된 물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제대로 씻지 못해 피부병을 앓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11일 음성군 삼성보건지소에서 진료를 마친 한 이재민이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처방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재민 대다수가 고령자인 만큼, 고된 복구작업에 지친 이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주택 침수피해를 입은 김동임(75) 할머니는 "집 안에 들어찬 물을 퍼내고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있지만 힘에 부친다. 온 몸이 다 아프다. 삼성면에서 15년을 살았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진료를 마친 이재민들은 약봉지를 받아들고 물에 젖은 집 또는 임시주거시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의료진들은 떠나는 이재민들에게 건강을 잘 챙기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윤희 삼성서울병원 사회공헌팀장(응급의학과 교수)은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안전한 물과 음식물을 섭취해고,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며 "정신적 상처를 입은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제공하는 심리 상담지원 서비스를 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신민수기자 0724sm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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