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에도 장맛비…풍요보다 걱정 앞선다

충북, 6일 기준 44일째 장마
최소 14일까지 이어질 전망
입추 이후 장마 역대 세 번째
최장 장마 기록 2013년 49일

2020.08.06 20:59:46

가을은 풍성한 결실에 대한 기대를 품고 1년을 준비한 농부들의 계절이다. 7일 충주의 한 과수원은 황량한 모래 더미 속에서 가을의 시작 '입추(立秋)'를 맞이했다. 과수화상병이 휩쓸고 간 뒤 과수를 매몰한 빈자리,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애써 심은 콩과 참깨마저 지난 며칠간의 폭우와 함께 사라졌다. 사막처럼 변해버린 과수원 터 위에 결실이 있을 리 없다. 농부들의 메마른 비명이 가을의 입구를 힘겹게 넘어선다.

[충북일보]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입추(立秋·7일)가 찾아왔지만, 충북지역에는 여전히 여름철 장맛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다.

입추가 지날 때까지 장맛비가 내린 것은 33년 만으로, 역대 최장기간 장마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장마는 지난 6월 24일부터 시작돼 6일 현재 44일째 유지 중이다.

장마 기간 주요 지점별 강수일수를 보면 △보은 35일 △추풍령 35일 △충주 33일 △제천 32일 △청주 30일 등으로 대부분 비가 내렸다.

누적 강수량은 6월 24일부터 8월 6일 오후 2시까지 △제천 775.9㎜ △보은 700.2㎜ △충주 649.3㎜ △청주 576.6㎜ △추풍령 564.8㎜ 등이다.

기상청은 6~7일 장맛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다 다시 비가 내려 오는 14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 관계자는 "중기예보상 14일까지 장맛비가 내리겠지만, 이후 장마가 종료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라며 "다음 주 초중반은 돼야 장마 종료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예보대로 최소 오는 14일까지 정체전선이 유지돼 장마가 이어진다면 충북지역은 52일간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는 셈이다.

장마 기간이 50일을 넘어간 것은 1961년 충북지역 기상관측 이래 최초다. 오는 12일까지만 장마가 유지돼도 기상관측 이래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된다.

청주지역 기준 장마일수가 40일을 넘어간 것도 1967년 최초 기상관측 이후 △1969년 47일 △1974년 45일 △1980년 45일 △2008년 40일 △2013년 49일 등 다섯 번에 불과하다. 특히, 입추 이후까지 장마가 유지된 적은 1969년 6월 25일부터 8월 10일, 1987년 7월 5일부터 8월 10일(37일간) 등 단 두 번뿐이다.

이번 장기간의 장마는 기후변화와 연관성이 있다.

당초 기상청은 올해 여름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으로 역대급 폭염을 예보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북극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생기며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북극 고온 현상에 따른 블로킹 현상으로 정체전선이 중국·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에 머물며 폭우를 퍼부었다.

일반적으로 정체전선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과 함께 소멸하는데 이 같은 한반도 인근 기압의 영향으로 장기간 장마가 유지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마가 끝난 뒤 확장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다소 늦은 폭염이 찾아올 전망이다.

폭염 역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로 확장했다가 수축하면서 마무리되지만, 확장 시기가 늦어 9월까지 무더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이상기후가 전 세계적으로 나타는데 대다수 학자가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입을 모은다"라며 "얼마 전 시베리아의 기온이 40도까지 오르는 등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로 인한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강준식기자 good1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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