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인가, 인재인가 호우피해 갑론을박

침수 및 산사태 피해주민들, 안일한 사전대책이 피해 키웠다
관계당국, 예측 가능한 범위 벗어나 대응 어려워

2020.08.06 15:23:16

집중호우로 도로유실, 제방 붕괴, 산사태, 주택 및 농경지 침수 등 광범위한 수해가 발생한 제천시 봉양봉 구곡리, 마곡리, 삼거리, 공전리 일원.

[충북일보]예상 못한 천재지변인 집중호우에 의한 어쩔 수 없는 피해인가, 사전 준비 부족 및 대응부실에 따른 인재인가.

지난 2일 쏟아진 폭우에 대해 최악의 피해를 입은 제천시 곳곳에서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라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관계당국의 안일한 대처와 개발에 따른 사전대책 및 관리 부실은 물론 늑장대처 등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거나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주장이다.

반면 통상적으로 예상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강수량으로 인한 대처 불가능한 '천재지변'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2일 폭우로 가장 먼저 침수사태를 빚은 제천시 하소동 주택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인근 대형아파트와 신축 건물이 지속적으로 들어서며 이번 사태를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이미 시에 인접 도로에서 유입되는 빗물과 집수정 설치 등을 요구했으나 침수에 대한 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제천시의 치수행정 부실이 침수피해를 가져왔다. 이곳 물난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산곡동 산으실 주민들은 "이번 피해의 또 다른 원인은 마을 진입도로 포장공사가 더디게 진행된 것"이라며 "1년 반 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공사가 매번 중단되는 등 늦어지면서 화를 키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기에 강제동 신흥 주택가를 포함한 자동차전문학원 침수도 폭우에 대비한 공사현장 대처 부실이 주된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학원 관계자는 "인접한 도로공사 중 콘크리트 하수관 단 2개로 우수를 처리하려 했다"며 "인근 몽암사길의 모든 빗물이 이 방향으로 쏟아지는 마당에 도저히 처리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 곳곳에서 임야 등을 절토하는 각종 개발 사업이 이뤄지며 이들 현장에 대한 토사 유출 대비책이 없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일며 책임 소재를 둘러싼 분쟁마저 예상되고 있다.

제천시 연박 2리은 일부 주민들이 집을 짓기 위해 조성한 택지 현장에서 막대한 양의 토사가 밀려 내려와 하천을 막는 바람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부지 조성 지역의 하천은 넓게 만든 반면 아래쪽은 예전 그대로 두며 병목현상에 따른 피해가 더욱 늘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가장 많은 비가 내린 봉양읍과 금성면을 포한함 백운·송학면의 산림벌채에 따른 산사태도 무수히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된 지역만 보면 벌채하지 않은 곳보다 벌채한 곳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일부 피해 주민은 "벌채로 산사태 피해를 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집중적으로 빗물이 유입되며 피해를 키운 침수 집중 주택가에 대한 방안을 다시 세울 것"이라면서도 "단기간에 워낙에 많은 양의 비가 내려 동시다발적으로 산사태가 발생하고 침수가 발생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예상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현 수준의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으나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모양새다.

제천 / 이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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