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Big Brother

2020.07.12 16:02:34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빅브라더는 조지오웰 소설 『1984』에 나오는 두려운 통치자를 말한다. 조지오웰은 이 소설을 통해 당시 문제였던 계급의식에 대한 극복을 제시하였으며, 악몽과 같은 전제주의를 비판하였다.

전체주의는 단지 나치즘, 파시즘과 같은 우익전체주의와 러시아 스탈린주의와 같은 좌익전체주의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개인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고, 자신에 대한 일을 선택하고, 지구 어디라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자유"와 "사고에 대한 자유"를 말살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1984』에서와 같이 코로나19에 의한 빅브라더식 감시 시스템 작동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감시와 통제는 위기상황에서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시작된 빅브라더식 감시 시스템은 코로나19가 끝나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서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공중보건을 위해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새로운 형태 권력이 등장할 것이다" "이러한 거대 권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고 보도했다.

참여연대에서도 "불확실한 재난에 대한 정보수집과 권한, 통제도 중요하지만 감시 시스템이 일상에 들어오면 권력 비대화는 막을 수 없고 그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빅 브러더에 대한 우려는 범죄와 교통, 환경 문제 등을 감시하기 위해 개발한 CCTV가 원형 감옥에서 간수가 중앙에 있는 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죄수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판옵티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움직임이 기록되고 감시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을 구매했는지 신용카드가 알고, 어디로 이동하여 머물렀는지 고스란히 기록 분석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때문에 "스마트폰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는 문구는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pandemic)을 경험하면서 생겨난 일들이다. 소설 속 빅브러더 위협이 21세기가 되어서야 나타난 것이다.

행정안전부 '2019년 행정안전통계연보'에 공공기관이 설치 및 운영 중인 CCTV는 2018년 말 103만 2천789대에 달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민간 CCTV 1천만대, 자동차 블랙박스 2천500만대로 국민 2명당 CCTV 1대꼴이니 감시와 통제 사회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봐야 한다.

더군다나 IT인프라가 세계에서 가장 잘 구축된 우리나라는 위치 정보수집을 위한 역학조사시스템을 두 시간 넘게 분석 추적 하였지만 지금은 10분이면 끝낸다고 한다. 방역 당국이 원했던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역학조사 목적에 한해 위치정보 수집을 합법화했으며, 이태원발 확진자가 확산되자 조사를 위한 역학조사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중국·인도 등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선진국이라 자부하던 유럽 국가들까지 개인 위치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하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를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 시대로 들어갔다고 선언했다. 또한 코로나19와 같은 사태가 언제든지 일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때마다 위치추적과 감시카메라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조금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프라이버시 침해를 막기 위한 구체적으로 방법들을 찾아보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역학조사시스템 필요성이 커지면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워 본 경험 하나쯤 있을 것이다. 단추를 잘 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수 없다. 첫 단추를 잘 못 채우면 하던 일이 어그러지고 망가진다. 현재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일이 마지막에 가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내리고 실행하고 있는 이러한 방법들이 우리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잘 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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