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코로나 일상… 청주시립미술관에서 '休~'

2020.07.09 20:52:53

9일 청주시립미술관 본관 2층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故(고) 이완호 작고작가전 '삶과 예술의 일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태훈기자
[충북일보] 한여름 휴가지라고 하면 누구나 뜨거운 태양 아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해변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코로나19는 여름철 휴가지 풍경마저 바꿔놓았다.

국민 정서 침체와 사회적 활력 저하가 계속되자 '코로나 우울감(코로나 블루, COVID Blue)'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다수가 몰리고 푹푹 찌는 실외보다는 한적하고 조용한 실내에서 즐길거리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청주지역 문화예술 시설들도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의 일상에 휴식을 선사하기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청주시립미술관은 본관을 비롯해 대청호미술관, 오창전시관에 다채로운 전시를 마련해 본격적으로 관람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9일 미술관 로비에 들어서자 '로컬프로젝트 2020' 홍보물이 눈에 들어온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진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프로젝트 전시다.

미술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이승희·손부남·김정희의 작품을 릴레이 형식으로 소개한다. 이들은 지역 미술계에서 30년 이상 꾸준히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 온 중진작가로 꼽힌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이승희 작가의 '공시성(共時性)'으로 막을 올렸다. 이 작가는 청주대학교 도예과를 나와 현재 중국 경덕진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조선 도자의 입체 형태를 비정형화된 평면으로 변화를 시도한 평면도자 시리즈를 통해 도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익숙한 것을 바라보는 고정된 시선에 탈피하고 새로운 사고를 제시해 왔다. 또 수천 개의 도자 대나무 마디를 이어 대나무 숲 형상으로 만든 도자 대나무 시리즈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뉴욕, 교토, 베이징 등에 초대됐다.

'공시성(共時性)'은 어떤 현상이 의미상 일치는 있지만, 전혀 인과관계를 찾아볼 수 없는 비인과적 원리를 뜻한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브 융이 제시한 원리다.

작가는 미술관 1층 전시실에 새로운 시도를 했다. 공간 의도를 최소한 줄이기 위해 공간에 조명을 거의 쓰지 않고 흑색 도자 대나무를 비롯한 검은색의 작업을 설치, 검은 바닥 공간과 작품의 형체가 거의 보이지 않게 연출했다.

이 작가는 "항상 익숙한 화이트 큐브에 계획적인 조명연출로 작품이 돋보이거나 세련된 연출의 전시가 아닌 관람객이 형체가 거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물(작품)의 윤곽을 발견하고, 스스로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술관 본관 2·3층 전시실에서는 충북 미술계의 거장 고(故) 이완호(李莞鎬, 1948~2007) 작가의 회고전이 마련됐다. '삶과 예술의 일치'라는 부제로 오는 10월 4일까지 열린다.

청주미술사를 정립하는 이번 전시는 청주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이완호 작가의 작품을 통해 청주미술에서 그가 차지했던 위치와 의미를 되돌아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30년간 머물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이 작가의 작품을 시대별로 구분해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대작, 회화, 판화, 드로잉 등 120여점과 다량의 아카이브, 지역 화단에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던 '사창동 작업실' 재현, 다큐멘터리 영상 등을 통해 작가의 삶과 예술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김태훈기자
전시 부제인 '삶과 예술의 일치'는 1980년대 후반 작가노트의 제목으로 사용된 문구로, 작가의 예술관을 잘 보여주는 제목이다.

이 작가는 당시 작가노트에 "나에게 있어 작업은 삶의 일부이며 삶의 충실한 기록이고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다. 나의 삶과 나의 작업이 다른 것일 수 없고 서로 얽혀서 돌아가는 하나의 둘레이다. 삶의 내용이 작업을 결정하며, 작업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의미 있게 한다. 그러하기에 표현된 것이 아름다운 것이냐 아니냐에 대해서 유의하지 않는다."고 썼다.

청주시립미술관 로컬프로젝트 '이승희-공시성'과 '이완호-삶과 예술의 일치' 작고작가전은 각각 8월 23일, 10월 4일까지 본관에서 만날 수 있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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