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100개와 함께 한 하루

2020.07.08 17:09:59

손은정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주무관

일상에서 일회용품은 물론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고, 플라스틱 대체 제품을 사용하는 '제로 플라스틱'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평소 환경 문제에 둔감했던 나도 '플라스틱 없는 삶'이 가능할지 궁금해졌다. 그에 앞서 하루 24시간 플라스틱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체크해보고 그 가운데 줄일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을 따져보기로 했다.

지난 3월 8일 일요일. 코로나19로 외출을 하지 못하게 된 하루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체크해봤다. 오전 7시 30분에 기상한 뒤 정수기에서 물 한 잔을 내려 영양제를 먹고, 새벽에 배송된 샐러드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때 정수기와 영양제 케이스가 모두 플라스틱으로 된 제품이었다. 샐러드 소스, 그릇, 포크, 숟가락도 플라스틱 케이스나 비닐봉지에 개별 포장돼 있어 기상 후 10분간 내 손을 거쳐 간 플라스틱 제품이 무려 12개에 달했다.

세수하고 메이크업할 때 사용한 페이스 클렌저, 스킨, 로션, 에센스, 크림, 자외선 차단제, 쿠션, 뷰러, 아이섀도, 아이라이너, 아이브로펜슬, 아이브로, 립스틱 모두 플라스틱이 뚜껑이나 손잡이 등에 조금씩이라도 포함돼 있었다. 양치할 때 사용한 칫솔과 치약, 청소 중 사용한 진공청소기와 물걸레 대, 오디오와 리모컨 모두 플라스틱 제품이었다. 이렇게 하루를 돌이켜보니 일회용품을 짊어지고 여행을 간 것도 아니고, 손가락마다 비닐봉지를 끼고 쇼핑을 한 것도 아닌 평범했던 하루였는데도 하루 종일 사용한 플라스틱 제품은 100개 남짓이었다.

이슈가 됐던 '제로 플라스틱 운동'을 얕봤다. 일상에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고 제대로 된 분리수거를 하는 일. 누구나 아는 환경을 생각하는 방법이지만 쉬울 줄 알았다.

개인의 결심만으로 당장 '플라스틱 없는 삶'을 꿈꿀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결론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대부분이 플라스틱이 함유돼 있으므로, 어떤 물건이든 구입하기 전에 꼭 필요한지 한 번 더 되돌아볼 것, 가능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고, 화장품이나 세제 사용을 줄이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사용하겠다고 결심했다. 액체 샴푸나 클렌저 대신 '솝 바'를 사용하는 것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플라스틱에 포장돼 올 배달음식을 직접 유리 용기를 가져가 담아온다거나, 어플을 이용해 배달시킬 경우 일회용 수저 '필요 없음'에 체크해 주문을 한다던가, 사무실에선 플라스틱 컵 대신에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거나,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가 있는 제품 대신 종이에 들어가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세제에 함유된 미세 플라스틱 또한 문제라고 하니 세제 성분을 꼼꼼히 보는 것도 필수다.

고성장 시대에는 소비를 미덕으로 알고 살았지만 지금은 지속 가능한, 친환경적인 삶을 요구받는 시대다. 우리의 후손이 살아갈 지구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지 않도록 지금 당장 나부터 미니멀 플라스틱 라이프를 실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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