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公正)을 다시 생각한다

2020.07.06 17:13:35

[충북일보] 다시 묻는다. 공정(公正)한가. 20대 청년들의 반응이 빠르고 날카롭다. 20대는 자신의 삶과 밀접한 이슈에 민감하다. 취업 관련 정책엔 극도로 예민하다. 취업지옥이 만든 시대현상이다.

*** 공정 개념부터 다시 정립하자

공정이 또 문제다. 도마 위에 올라 자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보안요원의 정규직화가 출발점이다. '현 정부가 과연 공정을 지향하는 정부인가'라는 의심에 불을 붙였다. 물론 현 정부의 공정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한 단일팀 구성 때 이미 불거졌다. 기존 한국 국가대표 역차별 논란을 불렀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의 도덕성 논란은 지금까지다.

현 정부는 공정과 정의를 번갈아 외쳤다. 최근까지도 그랬다. 하지만 정말로 공정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불공정과 불의는 여전하다. 국민들은 늘 바보가 됐다. 정부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은 여전히 다주택자가 많다. 청와대도 다르지 않다. 2채 이상 주택 보유자 매각 권유까지 나왔을 정도다. 사정이 이러니 공정 외침이 그저 구두선으로 들릴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수없이 공정을 외쳤다. 똑같은 출발선에서 시작을 강조했다. 실력과 능력에 따른 공평한 경쟁을 설파했다. 그런 사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였다. 하지만 그런 사회는 아직도 오지 않고 있다. 불공정의 시간은 계속됐다. 공정의 가치는 계속 흔들렸다. 불공정은 반복됐다. 부동산 투기와 전쟁 선포에도 집값은 널뛰고 있다.

현재 청년들이 집을 살 기회는 거의 없다. 아니 사라져버렸다고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청와대와 정부 고위층 중엔 다주택자가 가득하다. 교육 개혁을 외치지만 특권 의식은 여전하다. 내 자녀를 특목고에 보낸 걸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해외 유학을 보내는데도 거리낌이 없다. 조국 사태와 윤미향 사태를 보는 여권의 논리가 모든 걸 압축한다. 배타적 동지 의식을 제대로 보여줬다. 공정이란 말이 다시 한 번 더 무색해졌다.

청년들은 정부 정책을 의심하고 있다. 이성과 지성의 부재로 판단하고 있다. 비정규직 직원들과 취업준비생들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각자 처지에서 내는 불만의 목소리다. 물론 종류와 내용이 서로 다른 불만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걸 걱정한다. 공통적으로 기회의 평등을 믿지 않는다. 과정의 공정에 대해선 더 불만스럽다. 결과의 정의는 조롱거리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는 지난해 연말부터 난타당하고 있다. 앞으로도 공정과 관련된 이슈는 대통령이나 여권에 아킬래스건이 될 것 같다. 공정이란 당위에 공감하지 않는 국민은 없다. 다만 공정의 정의에는 답이 다르다. 일치하지 않는다. 정치권은 공정의 개념부터 다시 정립해야 한다. 4·15총선 압승이 만병통치는 아니다. 20대 청년들이 공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청년들이 믿는 건 오로지 기회와 과정, 결과의 공정이다. 적어도 경기 시작 이후의 규칙만큼은 공정해야 한다고 믿는다. 청년들에게 공정은 최후의 희망이자 보루다.

*** 결과보다 과정 절차 중요하다

정치권은 20대 청년들의 가치 기준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 결과가 정의롭다고 반드시 공정한 건 아니다. 그건 기성세대가 품고 있던 공정에 대한 가치 평가다. 불안한 비정규직을 안정적인 정규직으로 전환은 좋은 일이었다. 남북 화해협력을 위해 일부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서지 못해도 괜찮다고 여겼다. 남북 단일팀을 만들면 최선이라고 보았다. 그만큼 결과의 공정성을 중시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성세대의 기준이다. 요즘 20대는 다르다. 한층 더 깐깐하다. 결과보다 과정과 절차의 공정을 더 중시한다.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과정이 불공정하면 불공정일 뿐이다. 어릴 적부터 익힌 경쟁 환경이 만든 결과다. 정치가 공정을 단단히 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오늘만 사는 게 아니다. 내일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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