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순간

2020.07.05 14:57:18

임경자

수필가

모든 사람들은 편리한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그것은 문명의 발달로 이뤄낸 문화가 아닌가 한다. 그런 반면 때로는 언제 어느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한 치 앞도 모르고 살아야하는 현실이다. 문명의 이기(利器)속에 빠르게 변화되는 디지털시대에 살면서 늘 서툴고 낯설고 허둥대며 심지어 두려움까지 느끼곤 한다. 그럴 때마다 좀 느리고 불편하지만 옛 방식이 그리워 질 때가 많다.

단독주택에서만 반평생을 넘도록 살다가 내 숙원이었던 아파트로 이사하기로 날 받아놓고 이런 저런 일로 해서 은근히 걱정을 했다. 그 중에 승강기로 오르내려야만 하는 것도 걱정 중의 하나였다. 이사 후 얼마 동안은 층계로 걸어서 오르내리기도 했다. 승강기의 좁은 공간에 갇히거나 추락 사고라도 날까봐 은근히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쩌랴. 승강기를 타면 긴장 된 마음이었으나 이제는 안전 불감증 상태가 되었는지 아무렇지 않게 탄다. 신경이 무뎌지고 또 정기적으로 승강기 점검을 하기 때문인가 보다.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하던 날 사고가 났다. 일이 발생하기 전 일 주일 전부터 '2017년 10월 25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승강기에 사용되는 전기는 발전기로 대신하오니 생활에 큰 불편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불편이 있다면 양해 바란다는 안내 방송이었다.

그런데 공사를 하던 그날 낮 1시가 되기 전 현관문을 나섰다. 계단을 이용할 생각으로 나왔는데 승강기가 운행되었다. 스위치를 누르니 1층에 있던 승강기가 올라와 문이 열려 승강기 안쪽으로 들어섰다. 갑자기 운행 중인 승강기가 흔들리면서 '쿵'하는 소리와 함께 승강기 안이 캄캄한 암흑천지가 되었다. '이게 웬일이야. 이러다 죽는 건가.'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정신이 아찔하며 눈앞이 캄캄하고 간담이 서늘하여 무서웠다. 몸이 떨리고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진정이 되지 않을뿐더러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얗다. 콩닥콩닥 뛰는 심박 수는 걷잡을 수가 없고 이러다 꼭 죽을 것만 같았다. 팔을 들어 더듬어 비상벨을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다시 더 위쪽을 더듬거려 손에 닿는 것을 눌렀더니 음성멘트가 나왔으나 잘 들리지 않았다. 재차 눌러보니 두 번을 누르라는 멘트가 들린다. 당황해서 그런지 몇 번을 누르니 드디어 "여보세요."하는 목소리다. 반가웠다. 구조요청을 했다. 5분만 기다리란다. 겁에 질려 떨리는 가운데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인기척도 없다.

정신을 차려 핸드폰으로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친구는 "관리실에 연락을 했으니 조금만 기다리라며 손잡이를 잡고 앉아서 기도를 하라."는 문자를 보내 주었다. 그제야 쭈그리고 앉아 마음을 진정시키려 안간 힘을 썼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이 뛰고 다리가 후들거리며 무서움이 더해갔다. 긴장되고 식은땀이 날뿐만 아니라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심지어는 '살면서 남에게 잘못한 일이 얼마나 많기에 이런 일이 있는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초조한 마음에 애간장만 태우며 핸드폰을 켜고 시간만 보았다. 숨 막히는 그 시간이 왜 그리도 길고 긴지 모르겠다.

드디어 26분 만에 문이 열리고 밝은 빛을 보았다. 그 26분이라는 시간은 여삼추와 같이 길게 느꼈던 공포의 긴 시간이었다. 헐레벌떡 뛰어올라 온 기술자는 가쁜 숨을 내쉬며 두 손으로 승강기 문을 힘겹게 열었다. 그리고는 말할 틈도 없이 뛰어 내려갔다. 모습도 보이지 않는 그의 뒤에 대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걱정스러워 올라 온 친구가 겁에 질린 나를 부축해주어 무사히 밖으로 나왔다. 한참 후에 보니 승강기는 8층과 7층 사이에 멈춰있었다.

승강기에 갇혀 본 일이 내 삶의 작은 이야기로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무서운 사건이다. 그 후부터 승강기를 탈 때면 겁부터 나고 잠자리에서도 깜짝 놀라 다리가 움츠려들때가 많다. 안전사고를 대비해 철저한 시설 점검이 소홀했기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한다.

문명의 발달로 편리한 생활을 하지만 그 문명의 이기로 해서 위험한 일들이 시도 때도 없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럴 때마다 좀 힘들고 느리지만 안전하게 여유로운 맛을 누리며 아날로그적인 삶을 사는 것이 행복이 아닌가 생각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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