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소통하는 시간

2020.07.01 17:44:19

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선생님, 정말 신기해요."

내가 토마토를 과일처럼 먹는 모습을 보며 중국에서 온 유학생이 건넨 말이다. 조리하지 않고 익히지 않은 토마토를 맛있게 먹으며 권하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빙그레 웃고는 말을 이어간다.

"선생님,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과일가게에 토마토가 같이 있어서 정말 이상했어요. 한국 사람들은 토마토를 과일처럼 먹는 것 같아요."

토마토가 과일이냐 채소냐 묻고 대답했던 일들이 생각났다. 너무 익숙해서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는 생활습관들이 이렇게 외국인들의 눈을 통해 새롭게 비춰질 때가 종종 있다.

코로나19로 한국어 수업도 여느 학교 수업처럼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처음엔 모두들 어려워하며 부담스러워했던 게 사실이다. 화면이 안 보이는가 하면 소리가 안 들리기도 하며 갑자기 아무것도 없이 사라지는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했다. 하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생각보다 빠르게 익숙해져간다.

원격으로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수시로 발생하기도 했다. 느닷없이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렸으며, 시골 마을 닭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양파나 감자 등 농산물을 파는 트럭의 확성기 소리에 함께 공부하던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수업 중 같은 주제로 발표를 하거나 대화를 나눌 때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관심과 아울러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장점도 많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할 때는 한국에 와서 경험한 다양한 일들을 공유할 수 있어 좋았다. 베트남에서 온 한 학생은 한국에 와서 처음 본 강릉 경포대 바다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자 중국에서 온 한 학생이 말을 이어갔다. 자신은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되어 길을 잃고 아주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모든 학생들이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고 궁금해 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한국에 온지 처음이었으며 한국말을 못해서 더 무서웠는데, 지나가던 아주머니들이 택시를 태워줘서 집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국적에 상관없이 같은 주제로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다.

한편 네팔에서 온 학생은 지리산에 갔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한국 사람들은 명절에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지만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자유로운 시간을 맞이하는 편이다. 네팔에서 온 학생은 네팔의 명절에 친구들과 지리산에 다녀왔다고 했다. 고향 친구들과 같이 가니 고향 생각도 나고 더구나 명절이어서 더 그리운 생각에 고향에서 즐기던 춤을 추며 놀았다고 한다. 그렇게 신나게 놀다보니 지리산에 등산을 온 한국 사람들이 춤추는 것을 보며 궁금해 해서 네팔의 명절이라고 알려줬단다. 그때 그렇게 고향 친구들과 보낸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는 모두 잠시 촉촉해지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음력 5월 5일 단오였다. 나는 중국에서 단오절에 먹는 쫑즈와 차예단을 먹었다. 중국 유학생이 챙겨줘서 귀한 음식문화를 즐긴 셈이다. 중국의 문화를 공유하기 위해 온라인 수업에서 사진을 함께 보면서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였다. 그러자 베트남, 파키스탄, 네팔,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러시아, 필리핀 등 다양한 국적의 음식들이 펼쳐졌다. 서로 자신의 고향에서 유명한 음식 사진을 올려주면 함께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동시에 여러 나라의 음식문화를 알게 된다. 한국어로 표현을 하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한국어 실력이 향상되고 여러 나라의 음식 문화를 알게 되는 유익한 시간이 되곤 한다.

새롭게 시작된 소통의 장이 벌써 익숙해졌고 풍성해졌다. 앞으로 더 다채로워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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