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트로트

윤기윤의 인터뷰

2020.07.01 17:08:33

윤기윤

작가

TV에서 외국 가수의 콘서트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수많은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사람은 74세의 노인이 된 <로드 스튜어트>였다. 그는 최근까지 앨범을 발표하고 공연을 이어왔다고 한다. 그의 열창에 함께 춤 추며 열광하는 이들은 그와 젊음을 함께 했던 동년배가 아니라 현재의 젊은이들이었다.

"외국의 록 콘서트에 가면, 늘 우리 현실과 비교된다. 우리나라 6, 70대 가수의 공연에는 젊은이들을 보기 어렵지만, 외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세대 구분 없이 문화예술로 소통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

한 음악평론가의 말에 착잡한 상념이 오갔다. 세대에 따라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고 당연히 향유하는 예술적 취향도 다를 수밖에 없다. 나의 젊은 시절을 돌이켜 보아도, 김정구 선생의 <눈물 젖은 두만강>과 김난영의 <대전 부르스>에 심취해 듣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좋아하던 통기타 풍의 노래와 묘한 단절감을 느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제 나도 그때의 아버지 나이가 되니, 당신이 즐겨 듣던 노래들이 가슴에 스며들어올 때가 많다.

그럼 소위 말하는 트롯풍의 노래는 장년층의 것이고, 시대를 선도하는 유니크한 장르들의 노래는 젊은이만의 것인가! 이제 그러한 구분과 경계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고 본다. 그 대표적인 것이 요즘 전국민적인 트로트의 열풍이다.

미스 트롯으로 점화된 트로트의 열기는 미스터 트롯에 이르러 그 정점에 이르렀다. 미스터트롯 프로그램이 코로나로 인해 외출과 모임을 자제할 수밖에 없던 시기와 맞물려 더 큰 인기 요인이 되기도 했지만, 그것이 전부만은 아니었다. 무언가 대중이 갈급해 하던 지점과 접목된 부분이 분명 존재했다.

"트로트는 그 시대 청춘의 사랑과 고민, 아픔을 대변하고 흥으로 승화한 젊은 장르다.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이 이끄는'젊은 트로트'는 요즘 1020 세대들에겐 신선한 장르로, 3040 세대에는 복고풍으로, 5060 세대에겐 정서적 위로를 안겨 전 세대에 걸쳐 폭넓은 사랑을 계속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트로트 가수 설운도 씨의 진단이다.

사실 그동안 트로트하면 떠오르는 것이 처량하고 청승맞은 가사와 구슬픈 멜로디로 한스런 분위기가 대표적이었다. 물론 경쾌한 곡도 많았지만, 이는 또 상대적으로 수준이 높지 않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대중 앞에 새로 등장한 젊은 트로트 가수-물론 이들은 한동안 무명시절을 겪었다-들은 팝을 가미했거나'태권트롯'같은 분야로 신선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자신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부르는 트로트는 구태의연한 옛노래가 아니라, 새로운 예술적 장르로 진화한 느낌마저 준다. 한(恨)의 트로트가 아니라 젊은 흥(興)과 멋을 장착한 현대적 트로트가 된 것이다. 색깔로 표현한다면 그동안 누르스름하게 느껴졌던 트로트가 선연한 색채의 푸른빛을 띠게 되었다고 할까.

이제 연령대로 음악적 취향을 구분하는 것은 섣부르고 위험한 판단이다. 손담비의'미쳤어'를 춤추며 노래 불러'할담비'란 닉네임까지 얻었던 지병수 할아버지 같은 분도 있지 않았는가!

우리 집만 해도 아내는 이제 6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열렬한'아미'를 자처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노래 중에서도 힙합곡인'마이크 드롭'같은 노래를 무척 좋아한다.

가뜩이나 편 가르기가 심화된 듯한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남녀노소 허물없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이 확산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트로트가 '나이 든 사람들이 듣는 음악'에서'세대를 허물어 누구나 즐기는 음악'이 된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트로트에 섬세한 정서와 세련된 흥으로 새 옷을 입혀준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그들만의 음악적 색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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