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벤츠 사줄 게."란 언사(言辭)

2020.06.29 16:29:33

[충북일보] 자식 하나 잘 키우면 무슨 보답을 받을 수 있을까. 벤츠 얻어 타는 호사를 누릴 수 있을까. 적어도 이 시대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정말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실현 불가능이다. 이미 그렇게 됐다.

*** 실현 불가능한 말장난에 그쳐

돈줄이 유전되는 사회다. 부모의 DNA가 고스란히 이어진다. 어느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탯줄을 끊는 순간부터 명확히 구분된다. 부모가 부자면 반드시 부자로 산다. 반대로 가난하면 대부분 가난하게 산다. 부의 유전 법칙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투자한다. 부자든 가난하든 다르지 않다. 둘 다 많은 양육비와 교육비를 쓴다. 한 아이가 초등학교를 거쳐 대학 졸업할 때까지 2억 원 정도 든다. 자식이 부모에게 진 일종의 빚이다. 하지만 갚기 어려운 빚이다.

"내가 나중에 돈 벌어 벤츠 사줄 게."란 자식들의 언사가 있다. 빚을 갚은 뒤 효도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한 때 유행했지만 실현 가능성 없는 허언이다. 이유는 많다. 우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렵다. 사회 진출이 자꾸 유예되고 있다. 대기업과 공사 취업은 겨우 5% 정도에 그치고 있다. 대기업이나 공사 취업은 그나마 안정적인 사회 진입이다. 그래도 부모에게 벤츠 사주기는 어렵다. 결혼이라도 하면 사정은 더 딱해진다. 집이라도 장만하려면 은행에 빚을 져야 한다.

갓 태어난 신생아에게도 빚을 지우는 나라다. 자칫 부모에게 다시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자식을 낳으면 내 부모가 했던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 높은 교육비와 양육비를 고스란히 책임져야 한다. 평범하게 사는 서민이 사는 모습이다.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사회에 발을 내딛기기도 전에 빚을 잔뜩 앉기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의 나랏빚은 1천743만 조원이다. 사상 최대다. 국민 1인당 1천409만원 꼴이다. 부모님께 벤츠 사 줄 기회는 아예 없다.

정부는 빚을 갚을 방법을 내놓지도 못한다. 그 사이 되레 빚은 더 늘어나고 있다. 3차 추경이 반영되면 또 늘 수밖에 없다. 경기불황으로 세수마저 줄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아주 심각하다. 빚 가운데로 걸어가고 있다. 경제 먹구름이 언제 걷힐지는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지출이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이 무너져선 안 된다. 경기불황일 때 증세하면 세율은 오르고 세원은 떨어진다. 치명적일 수 있다.

결국 악순환이다. 상대적 박탈감만 커진다. 과거 부모 세대들은 집이 가난하고 초라해도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최선을 다해 공부만 잘하면 됐다. 현재보다 나아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정해져 있다. 부자들은 자식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재력을 동원한다. 조기 교육부터 엘리트 코스 과정을 밟는다. 그러나 빈자(貧者)들은 다르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쁘다. 양극화의 골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빈부의 대물림 현상도 덩달아 뚜렷하다.

서민들은 일자리와 빚 상환 걱정뿐이다. 은행 이자내느라 정신이 없다. 올해 1분기 법인의 파산신청이 5년 새 최다 기록이다. 개인파산 신청도 1만1천242건에 달했다. 전년 대비 3.8% 증가한 수치다. 2분기, 3분기로 갈수록 한계 상황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선심성 퍼주기가 마냥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부익부 빈익빈의 고약한 기재 같다.

*** 나라 빚 줄일 방안부터 찾아라

빚의 증가는 기업 투자와 가계소비를 동시에 막는다. 불황과 저성장의 요인이다. 대한민국엔 지금 장기 불황의 지름길이 열리고 있다. 국민연금 고갈 속도마저 정부 예상과 다르다. 3년이나 빠른 2054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총체적인 재정개혁이 시급하다. 정부는 과거 외환위기가 왜 발생했는지부터 정확히 헤아려야 한다. 외환위기는 기업 부채 증가에서 비롯됐다. 다양한 세수 기반부터 확충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과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빚의 대물림은 불행이다. 빚지면 곧 죄인이 된다. 빚은 자유를 박탈하고 노예로 전락을 돕는다. 빚의 악순환이자 빚의 경고다. 정부는 대롱으로 하늘 보기를 끝내야 한다. 국민들을 '빚'이 아닌 '빛' 가운데로 걸어가게 해야 한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