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증평 율리 카페 '자연등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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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3 16:09:57

[충북일보] 빨갛게 꽃망울을 터뜨린 장미넝쿨이 담장을 둘렀다. 그리 높지 않은 담장 안쪽은 온갖 식물로 가득한 푸른 마당이다.

굵은 나무 줄기에 솟아오른 분꽃, 마당 가운데 폭죽이 터진 듯 늘어져 있는 화려한 색상의 폭죽꽃부터 쉬이 볼수 없는 야생화와 희귀 식물들이 가득하다. 자연등잔길의 주인장 전창국 대표의 손길로 만들어진 증평 등잔길 언저리의 작은 식물원이다.

증평 좌구산은 사계절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좌구산 인근 삼기저수지에 목재데크길 '등잔길'이 만들어진 이후 더 많은 이들이 물 위를 걷는 즐거움을 찾아 이곳으로 온다. 좌구산으로 둘러싸인 초록 전경에 잔잔한 저수지까지 함께 하니 더할 나위 없다.
ⓒ#자연등잔길
3km 가량 이어지는 이길을 자주 찾던 전 대표는 아쉬움을 느꼈다. 중간 중간에 마련된 의자 몇 개 외에는 앉을 자리 조차 없다. 40분 가량 걷고나면 떠나야 하는 장소였다. 머물며 즐길 수 있는 등잔길의 아름다움을 놓치는 듯 했다. 인근에 볼거리와 마실거리가 더해지면 충분히 오래 행복할 수 있는 명소가 될 것 같았다.

눈 여겨봤던 터를 닦고 식물을 하나 둘 씩 옮겨오기 시작했다. 운영하던 식물원에서 식물을 가져와 이곳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꾸몄다.
창국씨만의 콘셉으로 자연등잔길을 채웠다. 퇴직하기 전 오래 머물렀던 단양에서 가장 좋아했던 도담삼봉의 형상을 마당에 세우기도 하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다육식물과 야생화 등이 가득한 공간도 만들었다.

자연등잔길에서 음료 한 잔 마시며 즐길 수 있는 것은 색다른 식물 뿐 아니다. 이곳은 창국씨가 직접 연주하는 색소폰 연주를 들으며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색소폰 스튜디오이기도 하다. 저수지를 바라보며 눈과 귀를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우는 시간은 여기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다. 떠나기 아쉬웠던 등잔길을 원하는 시간만큼 충분히 누리고 돌아갈 수 있다.

우연히 들러 자연등잔길에 매료된 이들은 누군가와 함께 다시 찾아왔다. 음악과 인테리어소품, 희귀한 식물들로 가득한 자연등잔길은 등잔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의 일부처럼 알려지게 됐다.

창국씨가 이런 공간을 꾸밀 수 있었던 것은 10년을 앞서 대비한 인생 계획표 덕분이다. 사회적 직함을 내려놓은 뒤 비로소 그간의 인간 관계가 드러남을 느꼈다. 쓸쓸하게 노년을 즐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활기찬 인생 2막을 여는 이들도 많았다. 40년 가까이 공직에 머물며 만나온 사람들은 퇴직 후에도 여전히 곁에 남았다.

직접 체포했던 범인 조차 몇 년 후 찾아와 고마웠다고 말하는 일이 잦았다. 정년을 맞아 자리를 떠났지만 여전히 선후배들과의 관계가 돈독한 것은 그간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부심이기도 하다.
사회적 정년을 맞기 10여년 전부터 준비한 것은 취미로 즐기던 식물과 음악이다. 고작 60세부터 일을 놓을 수는 없었다. 노동이 가능한 순간까지는 좋아하는 일을 실컷 하고 싶었다.

창국씨는 세 번에 걸쳐 정년을 준비했다. 사회적 정년 뒤로 준비했던 노동 정년을 이제껏 누구보다 열심히 채워왔다. 10년 가까이 운영한 식물원을 기반으로 할 수 있었던 자연등잔길은 노동 정년이 끝난 후 인생 정년을 맞기까지 열심히 가꿀 창국씨의 꿈이다. 좋아하는 일을 좋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 행복이 배가된다.

증평 등잔길을 찾아 한바퀴 돌고나면 생각지 못한 장소에서 자연등잔길의 음악과 쉼을 즐길 수 있다. 다육식물과 야생화들은 등잔길에서 미처 찾지 못한 색다른 풍경이다. 색소폰 연주를 들으며 내부를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 소품을 발견하는 재미를 찾을지도 모른다. 그저 걷기만 하고 돌아섰던 등잔길이라면 다시 한번 천천히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음악과 함께 앉아서 즐기는 자연등잔길은 분명 그 전과는 다른 길을 보여줄 것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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