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가게 그 자체가 충북문화다

2020.06.15 19:43:35

[충북일보] "밥장사가 제일 어렵다."고 한다. 유명인들이 나와 진행하는 인기 지상파 프로그램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100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킨 식당은 다르다. 음식을 먹으려면 번호표까지 받아야 한다.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충북도내에서 음식점 5곳과 도소매업체 2곳을 백년가게로 추가 선정했다. 이번 추가 선정으로 도내 '100년 가게'는 모두 33곳으로 늘었다. 사업 첫해인 2018년 10곳에서 2019년 26곳, 올해 현재 7곳 등이다. 100년 가게로 선정된 업체는 전문가 컨설팅과 역량강화 교육, 소상공인 보증·융자 우대 혜택을 받게 된다. 국내 유명 O2O 플랫폼인 '식신'과 주요 언론매체 등을 통한 홍보 기회도 지원된다.

시장은 흔히 전쟁터로 비교되곤 한다. 총알과 포탄이 날아다니지 않을 뿐 전쟁터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100년의 생존은 기적과 같다. 눈만 뜨면 새로운 음식점들이 하나씩 늘어난다. 저마다 성공을 꿈꾸며 세상에 등장한다. 하지만 폐업률은 개업률과 비례한다. 이런 현실에서 100년 가게의 존재는 생존 자체만으로 값지고 위대하다. 100년을 생존한 가게의 특징은 대략 몇 가지로 요약된다. 기본적으로 주인의 투철한 직업의식과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전통을 버리지 않되 고집하지도 않는 유연성도 갖추고 있다. 요즘처럼 프랜차이즈로 개업을 해도 어느 점포든 다르지 않다. 균일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한 가지 명확한 건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한다는 점이다. 고용과 사회공헌으로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100년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가게는 흔치 않다. 좋은 음식 솜씨나 서비스로 가게가 잘 될 수는 있다. 하지만 100년을 지속하기는 어렵다. 자본 논리 앞에서 작은 가게를 지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살아남은 이유만으로도 본받을 만하다. 충분히 연구해 다른 사람의 창업과 개업에 이용할 가치가 있다. 생존 DNA를 통해 건강한 성장을 현실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가게들이 명멸했다. 지금도 그 과정은 반복되고 있다. 동네 골목 곳곳의 작은 가게와 업체들이 무수히 사라져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문을 닫고 있는 오래된 가게와 기업들이 있을 수 있다. 그중엔 100년을 목전에 둔 식당이나 업체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가게와 기업을 지켜줘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100년 을 함께 했다면 그 자체로 지켜줘야 할 가치가 있다.

100년의 동행은 그 자체로 문화이자 전통이다.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작은 역사와 문화의 한 조각을 잃는 거다. 내 주변에 그런 음식점이나 업체가 있다면 지켜줘야 한다. 개인 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프랑스는 2005년부터 뛰어난 기술과 전통, 문화적 가치와 프랑스적 정체성을 지닌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EPV(Entreprise du Patrimoine Vivant·살아 있는 문화유산 기업 국가 위원회)가 대표적이다.

100년의 가게는 고객 기반이 탄탄하다. 불황을 비롯한 예기치 못한 변수에도 쉬이 쓰러지지 않는다. 설사 다른 지역에 점포를 내더라도 극복할 수 있다. 생존 노하우가 있기에 어렵지 않게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올해 중앙당(청주), 한우일번가충북진미점(단양), 또와유식당(음성), 옛장터숯불갈비(옥천), 가선식당(영동) 등 음식점 5곳과 동양고무상회(영동), 신화당(보은) 등 도소매업체 2곳 등 모두 7곳이 추가로 선정됐다.

정부의 100년 가게 정책은 바람직하다. 앞으로 더 많은 100년 가게를 찾아 격려해야 한다. 그렇게 찾아낸 가게들을 통해 작지만 소중한 것의 의미를 되살려내야 한다. 작지만 소중한 것들이 만들어온 지속 가능한 성장 노하우들을 전수해야 한다. 그래야 100년 가게가 200년 가게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그게 시장 가치를 키우는 힘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문화 정체성 강화 역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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