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대비 위해서도 수도권 비워야

2020.05.13 17:28:08

[충북일보]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가운데 정부가 최근 60쪽 분량의 '생활 속 거리 두기 세부지침'을 발표했다.

핵심은 '다른 사람과 2m(최소 1m)이상 거리 두기'다. 음식점이나 대중교통수단은 물론 야외에서도 적용된다.

코로나를 비롯한 무서운 전염병은 사람이 모이면서 퍼진다.

이번에도 특정 종교집단·댄스학원·이태원 클럽 등에서 환자가 많이 나왔다. 반면 사람 구경하는 것 자체가 반가운 산골이나 농어촌에서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필자가 사는 세종시의 경우 사람이 밀집된 남쪽 신도시,특히 2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모여 일하는 정부청사에서 대부분의 환자가 나왔다.

이에 북쪽 구도시 사람들은 "멀쩡한 우리까지 왜 환자 발생률이 전국에서 3번째로 높은 도시민이 돼야 하나"라며 볼멘소리도 했다.

세계적 도시경제학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라는 책에서 "도시는 인류 최고 발명품"이라고 극찬했다.

우수한 인적 자원과 각종 재화가 몰려들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과 마찬가지로 너무 비대해진 도시에선 각종 부작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땅덩어리가 좁은 이 나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수도권 집중은 '잠재적 대재앙'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수도권 대부분의 도시는 일자리를 서울에 의존하는 '베드타운'에 불과,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에 절대적으로 취약하다.

가장 큰 문제는 대중교통이다. 러시아워엔 '지옥철'이라 불리는 서울지하철에서 옆 사람과 거리를 2m는 커녕 1m라도 띄우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혼잡도가 높은 시간대엔 승객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지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반면 이 지침은 인구가 줄어드는 비수도권 대부분 지역 사람들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여겨지는 게 슬픈 현실이다.

전국에 흩어져 사는 필자의 5남매 가족과 어머니는 며칠전 경북 김천 직지사 입구의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그런데 식당 주인은 "코로나 사태 이후 장사가 안 돼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5억 원 하던 이웃 식당이 요즘엔 2억5천만 원에도 팔리지 않는다"며 "주말에 2m라도 떨어져 앉을 손님이 있으면 원이 없겠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세계 최강국'이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미국 내에서도 뉴욕의 피해가 가장 컸던 가운데,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최근 열린 브리핑에서 'Density(밀도)'가 문제라고 밝혔다. 미국 부동산시장에서는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 주택이 더 인기있다는 보도도 현지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시·도 별 행정구역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은 서울이 93.1%로 전국 평균(3.8%)의 24.5배, 최저인 강원(0.8%)의 116.4배나 됐다.

2층 이상 건물을 1층짜리로 쪼갠다고 가정하면 서울 전체 땅(605.24㎢) 대부분을 건물로 덮을 수 있는 셈이다.

국토 면적의 11.8%인 수도권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인구 비율은 올해 4월말 기준 50.13%에 달했다.

그런데도 2018년 9월 "수도권에서 주택 30만채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문재인 정부는 이달 6일에는 여기에서 한술 더 뜬 '수도권 주택 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내놨다.

2022년까지 서울 도심에 7만채를 건설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고,2023년 이후엔 매년 수도권에서 '25만채+알파'의 집을 짓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자가용이 나오지 않는다면 '수도권=초비만,지방=양영실조 '란 부작용이 나타날 건 불 보듯 뻔하다. '팬데믹(Pandemic)'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이젠 수도권을 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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