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 방사광가속기=고진감래'

2020.05.11 16:34:49

[충북일보]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입지가 오창으로 낙점됐다. 불을 켤 준비를 해야 한다. 정상적인 설치와 가동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부터는 기획의 시간이다. 충북도가 할 일이 많다.

*** 정상 설치와 가동될 때까지

"No pain, no gain(고생 끝에 낙이 온다)." 사자성어로 풀어보면 고진감래(苦盡甘來)다. 괴로움이 다하면 좋은 일이 다가온다는 의미다. 힘든 고비를 참고 넘으면 평탄한 길이 나온다. 흥진비래(興盡悲來)란 표현도 있다. 즐거움이 다하면 슬픈 일이 온다는 의미다. 겉 뜻은 완전히 다르지만 속뜻은 거의 같다. 세상일은 돌고 돈다. 눈앞의 현실에 너무 낙망도, 자만도 말라는 의미다.

고(苦)진(盡)감(甘)래(來)란 글자의 순서'에 마음이 박힌다. 왜 감(甘)이 뒤로 갔을까. 왜 고(苦)가 먼저일까. 살다 보면 금방 알게 되는 이치다. 고(苦)는 일종의 선행 투자다. 열매를 얻고 싶으면 제일 먼저 땅을 일궈야 한다. 그런 다음 씨앗을 뿌려야 한다. 꽃과 열매는 그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보고 얻을 수 있다. 한 마디로 사람 사는 이치다. 좋아하는 걸 하거나 얻으려면 감당할 게 많다.

오창이 방사광가속기 최종 입지로 확정됐다. 충북도는 그동안의 노력으로 방사광가속기 입지 선정에 성공했다. 목표를 정해놓고 벌인 선행투자의 결과였다. 이제 뭘 해야 할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방사광가속기의 정상적인 설치·가동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변한 건 없다. 좋은 씨앗을 심어야 좋은 열매가 맺힌다. 성공의 조건은 선불이다. 먼저 지불해야 얻을 수 있다. 노력의 대가다.

방사광가속기 오창 입지는 충북에 큰 선물이다. 말할 수 없이 기쁜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완전히 행복하지 않다. 왠지 모르게 자꾸 기시감(旣視感)이 느껴진다. 인근 대전시 신동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이 자꾸 떠오른다. 이 사업은 지난 2011년 12월 첫 삽을 떴다. 2021년 12월까지 진행된다. 10년 1개월 동안 총 1조4천44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기초과학원(IBS)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라온은 그동안 모진 풍파를 맞았다. 예산은 정권에 따라 바뀌곤 했다. 사업기간도 고무줄과 같았다. 결국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초라하다. 위상도 크게 떨어졌다. 이제 겨우 하나하나 틀을 맞춰가고 있다. 오창 방사광가속기는 달라야 한다. 라온을 반면교사 삼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모범적인 초대형 과학프로젝트 사례로 남아야 한다. 다행히 지자체간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따질 단계는 지났다.

충북도는 1차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끝난 게 아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방사광가속기 설치는 새로운 업무의 시작이다. 실천과 실현에 집중해야 한다. 업무의 시작은 계획이 아니라 기획이다. 기획의 3요소는 창의, 의미, 현실이다. 창의는 기존보다 새로운(new)·요소가 중요하다. 의미는 기존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이어야 한다. 현실은 어려움 없이 현실적인(real)·실현이 가능해야 한다.

방사광가속기는 국가 연구개발 경쟁력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장점과 특성도 아주 많다. 과학과 산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방사광가속기 설치가 만사형통(萬事亨通)은 아니다. 어떻게 활용하고 이용할지 효율적 기획이 필요하다.

*** 철저한 기획 아래 진행해야

고진감래를 다시 생각한다. 충북도는 지금까지 정부의 계획에 따라 움직였다. 앞으로도 일정 부분은 그래야 한다. 하지만 이젠 방사광가속기의 오창 입지의 목적과 목표에 더 집중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정부의 '계획'에서 충북도의 '기획'으로 전환해야 한다. 방사광가속기 설치·운영의 순서도 정해야 한다. 모든 게 프로그램화 된 걸 모르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더 철저히 챙기고 바꿀 건 바꿔야 한다.

기획 없이 세워지는 계획은 허술하다. 남달리 하려면 기획이 필수적이다. 충북도는 '라온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서 밝힌·기획의 3가지 요소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새로운가, 의미 있는가, 현실적인가 바로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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