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성 - 디자인하우스 센텐스

센텐스로 지어진 '무한 공간' 언어가 요동치다
과학·수학 종횡무진하는 5개의 공간 여행
언어의 자율성 극대화한 초현실적 세계 구축

2020.04.09 11:14:55

디자인하우스 센텐스

함기석 지음 / 민음사 / 184쪽

"디자인하우스 센텐스는 불가능한 사건이 반드시 터지도록 설계된 다차원 건축물이다."

언어의 한계를 드러내고 넘어서려는 실험을 적극적으로 하는 시인 함기석의 신간 시집이 출간됐다.

이전 작품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에서 추상적 기호로 죽음의 풍경을 그려 냈던 그의 시력은 이번 시집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다.

이번 시집에서도 그의 수학적 사고와 초현실적 상상력은 여과없이 드러난다.

시간과 언어를 따라 한순간에 생겨나고 사라지는 무한 공간 '디자인하우스 센텐스'는 문장(센텐스, sentence)으로 지어진 집이다.

기하학적 이미지와 초현실적 상상력 속 요동치는 언어들은 시공간을 휘고 뒤집는다. 현실의 공간은 어느새 초현실적 세계가 된다.

출근길 도시는 거꾸로 뒤집히고 하루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아름다운 공회전을 시작한다.

이러한 초현실적 상상력이 실현될 수 있는 이유는 이 공간이 센텐스로 이뤄진 기호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문장들은 자신에 앞선 문장들, 즉 자신의 시간적 선구자였던 텍스트들을 살해하며 공간을 붕괴시키고, 이를 통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낸다. 문장은 곧 형을 선고하는 행위, 센텐스인 셈이다.

'디자인하우스 센텐스'의 세계는 무의식적이고, 언어의 자율성이 극대화된 무한의 공간이다.

시인이 설계한 다차원의 건축물에서 언어는 그 설계마저도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간다.

그의 센텐스를 따라 휘고 뒤집히는 다섯 개 공간을 여행하고 나면, 독자들은 언어의 최대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원 시인은 "이번 시집은 함기석 시 세계의 결정판으로 그동안 초현실과 현실, 과학과 수학을 종횡무진 오가며 탐구한 '언어와 시' 설계도를 볼 수 있다. '당신을 디자인하는 디자인하우스 센텐스'인 나와 '영원히 삭제된 센텐스 속의 주어'인 당신의 '오늘-레이스' 전모를 4D로 체험할 수 있다. 수직으로 읽는 방식을 고수하는 '당신'과 정확히 틀린 센텐스인 나라는 '평행 우주'가 벌이는 추격전이 펼쳐진다"고 평했다.

일찍이 시인 김혜순으로부터 '시의 원리로 이 세상을 확장하고 점령하는 발명의 시인'이라는 평을 들었던 함기석은 여전히 왕성한 생명력으로 자신의 시 세계를 확장해 가고 있다.

함 시인은 1966년 청주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작가세계'로 등단해 박인환문학상과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은 '국어선생은 달팽이', '착란의 돌', '뽈랑 공원', '오렌지 기하학',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를 출간했다. 어린이 도서로 동시집 '숫자벌레', '아무래도 수상해'와 동화 '상상력학교', '코도둑 비밀탐정대', '야호 수학이 좋아졌다', '황금비 수학동화' 등을 펴냈다. 시론집 '고독한 대화', 비평집 '21세기 한국시의 지형도'도 있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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