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비기너와 4·15 총선

2020.03.24 14:05:29

지금까지 확인된 코로나 확진 패턴을 보면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감염 확률이 높아짐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답답한 실내에서 벗어나 탁 트인 야외를 산책한다.

이제 막 골프를 배운 사람들은 주말 골프장을 찾는 것으로 행복을 느낀다. 넓은 자연 속에서 라운딩을 하다 보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 보낼 수 있다.

고개를 들지 마라

골프 비거너들이 필드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고개를 들지 마라. 고개를 들고 스윙을 하면 공을 끝까지 보지 못하게 된다. 이럴 경우 타격의 정확도는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어쩌면 몸 개그에 해당되는 '꽈당'까지 경험할 수 있다.

오는 4·15 총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도 가급적 고개를 들지 말아야 한다.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유권자들을 만나면 다소 거만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라도 가급적 겸손한 모양새, 즉 고개를 숙여 유권자들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골프는 상대평가다. 아무리 싱글 또는 보기 플레이라고 해도 당일 컨디션에 따라 타수가 확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승부는 내가 몇 타를 쳤는지는 두 번째로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의 타수다.

내가 못해도 상대가 더 못하면 내가 이긴다. 내가 잘해도 상대도 너무 잘하면 내가 이길 수 없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상대가 더 잘하면 내가 지게 된다.

그래서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선거는 최상을 뽑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차악을 뽑는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고 분석한다. 이도저도 싫어 기권한다면 차악이 아닌 최악이 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골프를 칠 때 팔만 휘두르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파리를 잡기 위해 파리채를 흔드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이다. 반대로 싱글 수준의 골퍼들은 온몸을 사용한다. 키 또는 몸집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단신의 골퍼가 드라이버 샷을 통해 250m를 보내는 반면, 키가 커 클럽의 회전반경이 큰 사람의 드라이버 비거리가 170~180m 밖에 되지 않는 사례를 숱하게 봤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온몸을 바쳐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와 표가 되는 곳만 골라 맞춤형 일정을 짜는 사람은 차이가 있다. 머리와 몸통은 중앙의 높은 자리를 원하면서 손으로만 지역발전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는 사람은 마치 팔로만 스윙을 하는 골퍼와 같다.

김영란법 제정 후 '접대 골프'는 거의 사라진 듯하다. 대부분 각자계산을 한다. 기록이 남기 때문이다. 선거 역시 각자계산 플레이가 중요하다. 자리를 탐하면서 선거를 돕거나, 당선 후 이권을 위해 선거를 돕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모든 기록은 반드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골프를 칠 때 소위 말하는 '구찌'가 강한 사람이 있다. 페어플레이 대신 상대의 집중도를 흐려지게 만들어 반사이익을 노리는 행위다. 곧 선거에서 '네거티브' 공세와 비교될 수 있다.

네거티브를 당선된 사람은 반드시 네거티브를 무너질 수 있다. 질 때 지더라도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유권자들의 뇌리에 남는다. 내가 보는 세상이 모두 옳다는 생각을 버려야 현실의 선거판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의 동행

필드에 나가면 적어도 6~7시간은 함께 보내게 된다. 7분 간격으로 티업을 하면 18홀 라운딩에 적어도 4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적어도 한두 번은 음식을 함께 한다. 함께 걷는 시간도 적지 않다. 그래서 마음에 맞는 사람과 운동을 해야 한다. 불편한 사람과의 하루는 상당한 스트레스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누가 더 많이 마음에 맞는 동지(同志)를 모으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여든 야든 이런 골프와 총선의 순기능을 제대로 이해해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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