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식이 만든 또 하나의 기적

2020.11.26 09:30:33

신미선

괴산군 주민복지과장

충남 태안 만리포해수욕장에 가면 지난 2007년 12월 기름유출사건 당시 온 국민들의 활약상이 담긴 사진과 기념비를 볼 수 있다.

이 사고로 깨끗했던 서해가 온통 검은 기름으로 뒤덮여 앞으로 100년은 있어야 복원될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접했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태안 앞바다는 정부의 전방위적 대처와 국민들의 자발적인 봉사로 3년 내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기념비의 글귀처럼 '서해의 기적, 위대한 국민'을 탄생시킨 순간이었다.

대한민국은 위기 때마다 그것을 극복하고 오히려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발전해온 반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중국이라는 초거대 국가 바로 옆에 붙어살면서 수천 년 간 흡수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온 우리의 역사는 수많은 민족사 중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다.

36년 동안 일제 치하에서의 민족말살 위기를 극복하고, 바로 이어진 분단의 아픔과 전쟁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약진을 거듭해 온 것이 대한민국의 발자취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 G20국가로 도약한 것 역시 대한민국의 저력을 잘 보여준다.

유럽의 쇠락과 이웃 일본의 침체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 민족의 이러한 능력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한국인에게는 위기를 극복하는 특유의 DNA가 있는듯하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각국은 공포와 함께 혼란과 무질서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위기극복 DNA가 다시 한 번 꿈틀거리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질병관리본부와 관련 공무원들을 향한 격려와 함께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대구·경북지역 주민을 위한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수많은 의료진과 소방관, 자원봉사자들은 주저 없이 현장으로 뛰어들었고, 전국 수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위한 후원금과 물품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따뜻한 온정의 바람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충북 괴산군에도 불어오고 있다.

고령의 어르신들이 오순도순 살고 있는 장연면 작은 마을에 코로나19가 손길을 뻗치자 전국 각계각층에서 이곳 어르신들의 고통과 아픔을 마치 내 부모의 일인 양 함께 안타까워하며 3억 원이 훌쩍 넘는 물품과 성금을 보내오고 있다.

때문에 필자를 비롯해 괴산군 공무원들은 후원물품을 옮기고 주민들에게 배부하느라 밤낮 없이 바빴지만 후원자, 격리자, 자원봉사자 등 모든 분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피곤한줄 모르고 감사하면서 뛰어다녔다.

지역 내 기관단체도 자발적으로 일어나 면 마스크를 손수 제작해 나눠주고, 발이 묶인 어르신에게 음식을 만들어 드리고, 전화로 말동무가 되어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코로나19 극복에 동참하고 있다.

이는 모든 것이 괴산사랑운동에 녹아있는 나눔 정신, 즉 우리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 공동체의식에서 발현된 것이리라.

제 아무리 전 세계를 공포 속에 몰아넣은 무서운 바이러스라지만 수많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우리 국민은 서로를 믿고 보듬으면서 힘을 모아 이 위기를 다시 한 번 멋지게 극복해 내리라 믿는다.

오늘 우리가 지나간 길이 내일 세계가 따라올 길이며, 그래서 이 어려운 시기가 지난 어느 날 '절망을 희망으로 만든 위대한 국민, 당신은 한국인이야'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는 날을 기대하고 또 확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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