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코로나행정 부실 더는 안 된다

2020.02.27 19:22:54

[충북일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중국을 넘어 세계 곳곳이 극심한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국내 확진자도 이미 1천명을 넘어섰다. 해외 곳곳에서 '코리아 포비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사태 초기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정부 탓이 크다.

청주시의 코로나19 관련 행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허술하고 미숙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골든타임 실기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대부분 늑장 대응으로 인한 부실 행정 사례를 꼬집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파악이나 공개와 관련된 게 많다. 확진자 A(25·경기도 성남)씨의 경우 바이러스 잠복기인 지난 21일 청주를 방문했다. 성남시는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25일 오후 청주 등이 포함된 이동경로를 공개한 뒤 청주시에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청주시는 이튿날인 26일 오후 5시께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만 하루가 지나서였다. 확진 판정을 받은 택시기사의 차량에 탔던 승객을 파악하는 과정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11건의 현금결제 승객을 확인할 마땅한 방법이 없자 택시 운행 자료를 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했다. 이후 진척이 없자 현금결제 승객은 홈페이지에서 운행 정보를 확인하라는 내용의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그러나 상세 운행 정보가 명시돼 있지 않아 자진신고에만 의존하는 등 대처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시는 검토를 거쳐 긴급재난문자에 상세정보를 안내하기로 했다. 미숙한 행정력을 스스로 보여준 대목이다.

지난 21일 인근 증평에서 충북 첫 확진자가 나왔을 때는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못했다. 확진 판정은 이날 자정께 나왔다. 하지만 관련 내용을 몰라 오전 8시30분 시장 주재로 진행한 코로나 관련 예방 대책회의에서 이 내용이 거론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가 있자 뒤늦게 오전 10시30분 다시 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청주~증평 간 시내버스는 4개 노선에서 154회 왕복 운행한다. 하지만 뒤늦게 열린 회의 때도 버스 소독 등 방역 대책은 논의되지 않았다. 코로나19 관련 허술한 운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확진자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공문이 외부로 유출되기도 했다. 충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청주시 공무원 A씨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2일 코로나19 확진자의 실명 등 신상이 담긴 자료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출 자료에는 확진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가족관계 등 개인정보가 자세히 담겨 있다. 이 자료는 내부 보고용 회의 자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한 뒤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감염병은 신속한 대처와 단호한 의사결정이 관건이다. 재난 상황에서 지도자의 처신은 늘 주목받는다. 현지에서 현장 대응이 바람직하다. 재난 현장에 가까이 있을수록 수습도 빠르기 때문이다.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른다. 청주시의 위기관리 능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한범덕 시장은 맡은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한다. 비상시엔 과잉 대응이 최상의 대응이다. 전염병은 의료영역이자 과학영역이다. 정치적인 고려는 도움이 안 된다. 비상한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달라져야 한다. 아직 반전의 기회는 있다.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들을 과감히 펴면 된다. 허술한 접촉자 관리와 확진자의 부정확한 접촉 설명이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부실한 보건 행정이 재난을 키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청주시는 인근 지자체들과 공조해 접촉자 관리를 지금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긴급 지원 인력, 선별 진료소 확대 규모로 충분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최소 인력도 갖추지 못한 검역소는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청주시민 없는 청주시가 있을 수 없다. 허술한 행정으로 방역 타이밍을 놓치면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 통제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청주시는 오직 시민만 생각하면서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그게 믿음을 주는 길이다. 복잡한 셈법 대신 단호한 원칙과 기준을 세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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