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어려운 히말라야 기후변화가 눈사태 규모 키워"

박 전 직지원정대장
"기상 악화에도 하산 결정 내린 점 아쉬워"
"산행에 앞서 스스로 준비해야"

2020.01.21 21:18:00

[충북일보 신민수기자] 온 국민이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교사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트레킹 도중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됐다. 최근 히말라야는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로부터 '꿈의 루트'로 불리며 각광을 받아 왔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트레킹 루트가 평소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길로 알려지면서, 사고 발생 지역과 원인 등 구체적인 경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본보는 전문 산악인이자 사고가 난 트레킹 코스를 십여 차례 다녀온 박연수(사진) 전 직지원정대장을 만나 관련 내용을 짚어봤다.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

ⓒ신민수기자
◇사고가 난 트레킹 코스는 어떤 곳인가

"사고는 히말라야 호텔(해발 2천920m)과 데우랄리 롯지(산장·해발 3천230m) 사이의 힌쿠 케이브(해발 3천170m)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 코스는 히말라야 트레킹 루트 가운데 한국이 가장 많이 찾는 길이다. 고소적응만 된다면 초등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다닐 수 있다. 눈사태 위험 지역도 아니다."

◇평소 '안전지대'로 알려진 데우랄리 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데우랄리 지역 기상이 악화됐고,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현지인들도 '근래에 이 정도로 눈이 많이 온 적은 없었다'는 반응이다. 데우랄리 롯지에 도착한 교사들은 기상이 나빠지자 하산을 결정했고, 교사 9명 중 4명이 하산 도중 눈사태에 휩쓸린 것으로 보인다. 당시 현지 습도가 꽤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습도가 높으면 눈이 흩날리지 않고 잘 쌓이게 된다. 산사태 규모가 커진 이유다."

◇기상 악화에도 하산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전문 산악인이 있었다면, 폭설이 오는 와중에는 롯지를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쉬운 대목이다. 통상 베테랑 산악인들은 폭설, 폭우 등 기상이 악화되면 등반을 멈춘다. 현지인 가이드가 있었지만 전문적인 산악 지식은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네팔 현지 가이드 상당수는 길을 안내하거나 산행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경험에 의한 기본적인 상식은 갖고 있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더욱이 피고용인인 현지인 가이드들은 여행객들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산 결정에 대해 쉽게 비난해선 안 된다. 몰라서 그랬을 뿐이다."

◇신속한 수색·구조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사고 지점은 겨울철 오전 10시께 해가 떠 오후 3시가 넘으면 어두워진다. 해가 지면 헬기가 뜰 수 없다. 구조장비가 접근하기도 어려워 사람의 힘으로 수색작업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기상 상황도 좋지 않다. 네팔 현지 구조 여건 또한 낙후된 상태다."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은

"기후변화로 히말라야 날씨를 예측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폭설이 잦아질 수 있다. 국내에선 자연재해에 대한 교육이 항시 이뤄져야 한다. 네팔 정부도 현지인 가이드가 산악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문 산악인이 동행하는 여행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모든 트레킹에 전문가가 동행할 수는 없다.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네팔 정부는 기후에 따른 입산 통제를 하지 않는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 신민수기자 0724sm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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