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에게

2020.01.20 17:06:03

[충북일보] 충북체육계에 민간회장 시대가 열렸다. 이익(利益)은 한 사람을 움직이고, 대의(大義)는 무리를 움직이게 한다. 재정지원은 이익이고, 탈정치화는 대의다. 두 명분이 조화롭게 어울릴지 궁금하다.

*** 체육의 탈정치화 선언해야

지난 10일 초대 민간 충북도체육회장 선거에서 윤현우 후보가 당선됐다. 윤 회장은 당선 소감에서 "정치로부터 독립해 자율성을 갖고 운영하는 첫 무대이기 때문에 해결 과제도 많다"고 말했다. 체육인들의 다양한 의견 수렴도 강조했다.

충북체육인들은 체육에 대한 전문성보다 실리를 선택했다. 쌓여 있는 현안 해결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충북도체육회의 재정 독립과 법인화다. 충북도와 긴밀한 협력관계 유지 역시 중요하다. 재정적 안정은 체육회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립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의무화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지자체가 출자·출연한 재단법인으로 전환이 필수조건이다.

윤 회장은 민간 회장 선출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두 말 할 것 없이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립이다. 취지를 살려 튼튼하게 뿌리 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재정적 도움을 뒷받침 하는 능력부터 보여줘야 한다. 체육회는 그동안 정치에 휘둘리곤 했다. 재정 의존성 때문에 지자체장의 눈치를 봐야 했다. 지자체장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민간회장 시대다. 재정안정과 탈정치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기회가 왔다.

윤 회장은 충북도체육회의 재정자립기반 구축을 약속했다. 생활스포츠 저변확대를 통한 도민건강 증진, 전국대회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도모, 체육인의 삶의 질 향상, 우수 선수 발굴 및 전문 체육인 육성 등도 공약했다. 충북도체육회는 52개 경기단체를 둔 거대 조직이다. 그런데 1년 예산 200억 원 가운데 85%가 충북도 지원 예산이다. 13%는 대한체육회에서 내려 받고 있다. 겨우 2%만 자체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지킬 건 지키고 해결할 건 해결해야 한다. 지원 예산이 끊기면 충북체육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 법인화 전이라도 예산, 시설, 인력의 안정적 확보를 담보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윤 회장은 충북도체육회의 첫 민간 회장이다. 충북체육계 풍토를 바꿔놓을 수 있는 유일한 적임자다. 충북체육이 스스로 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초대 민간 회장이 충북체육의 기립근을 만들 수 있다.

윤 회장은 오롯이 충북체육을 위해 헌신·봉사해야 한다. 무엇을 위해 나섰는지 생각해야 한다. 개인의 영달을 위한 건 아니었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윤 회장이 충북의 체육환경을 바꾸기 위해 할 일은 너무 많다. 우선 충북체육의 탈정치화를 선언하는 게 순서다. 그런 다음 어떻게 재정 독립을 이룰지 고민하는 게 맞다. 체육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내부 동력을 키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재정의 홀로서기와 탈정치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너무 많다.

두 과제의 완성을 위한 과정은 아주 괴롭고 지난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욕망을 채우려는 사람은 도저히 할 수 없다.

*** 선 시행 후 보완 승부 걸어야

삼국지의 영웅 유비는 별 볼 일 없던 촌부였다. 근거지 없이 중원을 떠돌던 신세였다. 하지만 제갈공명을 만나면서 달라졌다. 비로소 세상을 바꿀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마침내 천하삼분지계의 주인공이 됐다.

윤 회장은 여기서 인재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 고대의 지략은 오늘도 유효하다. 혼자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훌륭한 지도자 곁엔 언제나 용감한 장수와 지혜로운 책사가 함께 했다. 충북도체육회는 52개 경기단체를 둔 거대 조직이다. 11개 시·군체육회도 있다. 단체마다 연맹회장이 있고 시·군체육회장도 있다. 충북도체육회 내부에도 똑똑한 사람들이 있다. 훌륭한 인성과 지략을 갖춘 이들이 있다. 도움을 청해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씨앗을 심으면 열매가 열린다. 모든 것엔 원인과 결과가 있다. '선(先) 시행-후(後) 보완'의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 리더십의 힘은 대의에서 나온다. 지금이 바로 충북체육 개혁의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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