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추는 것이 아닌 추어지는 것"

박재희 전 청주대 교수, 50여년간 전통춤 전승·보급
국가무형문화재 92호 태평무 예능보유자 인정
기념 시연회 개최… 충북 무용계 활성화 기대

2020.01.15 20:37:17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太平舞) 예능보유자 박재희 전 청주대학교 교수가 15일 청주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 기념 시연회를 열어 태평무를 선보이고 있다.

ⓒ유소라기자
[충북일보 유소라기자] 절도와 품격을 갖춘 세밀한 발놀림에 남색 치맛자락이 장단에 맞춰 들썩인다. 묵중하고도 정교한 품새와 우아한 춤사위에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박재희(70) 전 청주대학교 교수가 15일 청주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太平舞) 예능보유자 인정 기념 시연회를 열었다.

이날 시연회에는 이시종 충북지사와 오진숙 충북무용협회장, 박시종 한국무동인회 대표 등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행사는 개회, 경과보고, 보유자 약력 및 활동소개, 태평무 해설 및 계보영상, 태평무 시연, 기념패 증정 순으로 진행됐다.

시연을 마친 박 보유자는 "1973년 한영숙 선생의 승무 공연에서 태평무를 처음 보게 됐고 바로 매료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춤은 추는 것이 아니라 추어지는 것으로 자연을 닮아가며 자신을 비워내는 게 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쁜 마음에 앞서 어깨가 무겁다"면서 "앞으로 태평무를 어떻게 보급하고 발전시킬 것인 지 깊이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태평무는 민족주의적인 무용가이자 근대무용의 선구자로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인 고(故) 한성준(韓成俊, 1875-1941)옹에 의해 창안됐다.

한성준-한영숙-박재희로 이어지는 태평무는 모든 문화예술 중에서도 민족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표적인 장르다.

나라의 풍년과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대표적인 전통춤으로, 절도와 품격을 갖춘 궁중무용의 특성과 즉흥 신명으로 귀결되는 민속무용의 특성을 고루 갖췄다.

이 춤의 맥을 이어온 한성준옹의 손녀 고(故) 한영숙 선생은 우리나라 최초 인간문화재(승무보유자)로 한국춤의 대모로 불린다.

제자인 박 전 교수는 한영숙류 태평무의 전통성을 잃지 않고 미학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예술적인 품격을 높여 왔다.

박 보유자는 이화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해 고(故) 한영숙 선생으로부터 1973년 태평무를 전수받아 50년 가까이 전승과 보급에 힘써 왔다.

특히 무용의 불모지였던 충북 무용계를 개척해 전통춤의 기틀을 다졌다. 1982년 청주대 무용학과 교수로 부임해 후학을 양성한 박 보유자는 1985년 박재희새암무용단 창단과 충북무용협회장, 충청지역 무용교수연합회장, 청주시립무용단 안무자 등을 역임했다.

박 보유자는 지역 프로무용단인 청주시립무용단의 필요성을 주창하는 등 1995년 8월 청주시립무용단이 창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00년에는 벽파춤연구회를 결성해 한성준-한영숙류의 춤을 중심으로 전승하고 전국에 보급했다.

박 보유자는 2006년 전국무용제 대통령상, 1992년 1회 전국무용제 우수상, 1997년 서울국제무용제 우수상·안무상·연기상·미술상, 무용전문지 '몸'의 무용예술상(작품상)을 받았다. 국민포장, 옥조근정훈장, 충청북도문화상, 대한무용학회 학술상 등도 수상한 바 있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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