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압할수록 정치적으로 큰다

최종웅의 세상타령

2020.01.14 16:56:28

최종웅

소설가

가장 비열한 게 내로남불이다. 남의 잘못은 추상과 같이 비난하면서 자신의 잘못은 춘풍처럼 대하는 것이다.

그것이 권력기관이라면 큰일이다.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만약 청와대가 그런 짓을 한다면 대한민국이 무법천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청와대는 권력의 상징으로 그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런 청와대가 자신의 잘못을 수사해 들어오는 검찰을 인사·감찰권 등으로 역공한다면 성역으로 남을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성역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부패했다는 뜻이다.

요즘 그런 일이 청와대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30년 지기 송철호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선거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을 재인이 형으로 부를 정도로 각별한 후배인 유재수의 비리를 청와대가 무마하려 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 두 가지보다 심각한 게 조국 민정수석 일가의 비리다. 이 세 가지 사건을 검찰에서 파고들었다.

한 단계만 더 올라가면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노출되고, 그다음은 문 대통령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몸이 달았을 것이다. 자신들이 탄핵시킨 박근혜 대통령과 비교되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핵심 측근인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해서 무마하려 했던 것이다.

비리 무마라고 할 수 없으니까 검찰개혁이란 명분을 내세웠다.

비리를 무마하기는커녕 거꾸로 검찰에 엮이는 꼴로 물러서고 말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 물러설 수가 없다고 조급해했을 것이다.

그래서 친문을 대규모로 동원해서 조국수호 데모를 벌였던 게 아닌가.

그렇게 했는데도 청와대를 향해 오는 칼날을 피할 수 없으니까 추미애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법무장관에 임명되자마자 문 정권을 수사하는 윤석열 측근들을 모두 경질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문제는 윤석열이 어떻게 나올 것이냐는 점이다. 윤석열은 궁지에 몰릴수록 오뚝이처럼 일어나서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그의 타고 난 하극상 기질로 해서 박근혜도 구속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서 일약 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었고, 검찰총장에도 오를 수 있었다.

그런 윤석열이 자신의 수족이 몽땅 잘려버렸는데 가만히 있겠는가.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가 좌천당했지만 특검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듯이 필사적으로 반전의 기회를 노릴 것이다.

윤석열이 할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청와대와 적당히 타협하고 명맥만 유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권력에 저항하는 것이다. 손발이 잘렸더라도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계속하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다.

밀알은 땅에 떨어져 썩지 않으면 싹을 틔울 수 없다. 윤석열도 썩어서 청와대를 개혁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 길을 택해야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윤석열은 권력기관을 개혁하는데 기여한 공로가 크다.

박근혜 정부시절 국정원장을 모조리 감옥에 보냄으로써 국정원이 환골탈태하게 만들었다.

기무사는 군사정보만 수집하겠다고 선언하고서도 민간정보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이재수 사령관을 자살케 할 정도로 혹독한 수사를 함으로써 개혁을 완성했다.

국정원과 기무사의 개혁을 완성했으니 민주화를 위해 이 보다 큰 공헌은 없을 것이다.

남은 하나는 경찰이다. 국정원과 기무사가 월권을 일삼아서 원성을 샀지만 경찰은 덩치값을 못한다는 측면에서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경찰도 검찰개혁에 속도가 붙으면서 수사권 독립이란 숙원을 풀 수 있었다.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윤석열 견제심리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성역이 있다. 청와대다. 사실 청와대를 개혁하지 않고는 권력기관을 개혁했다고 볼 수 없다.

아무리 검찰을 개혁해도 청와대가 자신들의 비리를 인사·감찰권 등으로 반격한다면 검찰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청와대 차례다. 청와대는 그 어떤 기관보다도 깨끗해야 하며, 비리가 적발되면 어떤 권력보다도 혹독하게 처벌해야 한다.

자신들의 비리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면 가중처벌토록 법제화해야 한다

윤석열의 하극상 기질이 청와대 개혁까지 완성한다면 국민적인 영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