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두 동강' 났는데 또 수도권 신도시?

2020.01.15 16:41:03

[충북일보] 영동군 추풍령면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 때 작은 아버지가 사는 부산에 놀러 간 '내륙 촌놈'은 수평선 너머에서 솟아오르는 해를 보면서 "지구가 둥글고 무척 넓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세계지도에서 찾은 한반도는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 태평양의 서쪽 언저리에서 볼품없이 작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휴전선 남쪽은 북쪽보다 더 좁았다.

1985년 대학 졸업 후 첫 직장 생활과 함께 본격화된 서울 생활은 하루하루가 '지옥'과 다를 바 없었다.

출퇴근하기 위해 매일 3시간 정도를 만원버스에서 시달려야 했다. 어느 날 저녁 콩나물시루처럼 사람이 빼곡한 영등포역 앞길에서는 한 남자가 피우다 앞으로 멀리 던진 담배꽁초가 여성의 펑퍼짐한 퍼머머리 위로 떨어지는 기막힌 모습도 봤다.

한강다리 입구에서 도로가 너무 막힌 것을 참지 못해 운전하던 차를 길가에 세워둔 채 걸어서 집에 가기도 했다.

96년부터 자원해서 대전에서 근무하면서 필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은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10년만에 서울 본사로 '좌천' 당하면서 다시 고통스러운 나날이 시작됐다. 결국 2010년에는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세종시에 정착했다.

"서울은 넓다. 아홉 개의 구(區)에 가(街), 동(洞)이 대충 잡아서 380개나 된다.

이렇게 넓은 서울도 370만명이 정작 살아보면 여간 좁은 곳이 아니다. 가는 곳마다, 이르는 곳마다 꽉꽉 차 있다. 집은 교외에 자꾸 늘어서지만 연년이 자꾸 모자란다."

작가 이호철이 66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서울은 만원이다'란 소설에 나오는 내용의 일부다.

필자가 서울시청 출입기자를 시작한 88년 1천만명을 돌파하며 '초만원(超滿員)' 상태가 된 서울 인구는 92년 1090만명을 정점으로 이듬해부터 줄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정부가 폭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80년대말부터 서울 주변에 분당·일산 등 수도권 1·2기 신도시를 잇달아 건설한 게 '주범'이었다.

이에 따라 문제는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확산됐다. 사람 몸으로 치면 악성종양(암)이 더 커진 셈이다.

종양은 마침내 작년말을 기해 '치명적 단계'에 이르렀다.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3개 시·도 주민등록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50%를 초과, 비수도권 14개 시·도보다 1천737명 더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 면적은 지적통계 기준으로 남한 전체의 11.8%에 불과하다.

땅의 실제 활용도를 나타내는 용도지역 기준으로는 이보다 더 낮은 11.4%이고,9개 도 가운데 3번째로 넓은 전남보다도 좁다. 특히 서울은 면적이 0.6%에 불과한 반면 인구는 아직도 18.8%나 된다.

위키피디아 백과사전(wikipedia.org)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싱가폴과 같은 도시국가를 제외한 나라 가운데 수도권 인구 집중도는 한국(49.25%)이 아랍에미리트(54.74%) 다음으로 높은 세계 2위였다. 한국에 흔히 비유되는 일본은 29.75%로 7위였다.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는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5가지 세부 약속에는 "혁신도시를 자족 여건을 갖춘 대단지 클러스터로 육성하고,대기업 본사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약은 실종된 채 정부는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을 통해 주택 30만채를 공급하고, 광역급행철도(GTX) 등 기반시설 설치를 통해 수도권 과밀을 부채질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세종시와 10개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진정성 있는 '지방 살리기' 정책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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