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농업시대가 왔다

2020.01.12 15:55:02

송용섭

충청북도농업기술원장교육학 박사

일반적으로 인류는 1차 농업혁명, 2차 산업혁명, 3차 정보산업혁명을 거쳐 최근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농업혁명은 신석기 시대인 기원전 약 7천년전 인류가 수집과 채집 경제에서 곡류를 재배하고 가축을 사육하는 생산경제로 전환되면서 일어났다. 그 이후 18세기 중반부터 영국에서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생산의 기계화와 공업화로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이전까지 농경시대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공업화, 산업화, 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농업은 어업 그리고 임업과 함께 1차 산업으로서 쇠퇴산업으로 인식되어 왔고 이로 인하여 농촌에서 도시로의 대규모 인구이동을 초래했다. 그러나 지식과 정보를 생산해 내는 정보혁명을 넘어서 물리학 기술과 디지털 기술, 생물학 기술이 상호 연계되고 융합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제 농업과 농촌은 신(新)농업시대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이렇게 단연코 신농업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할 수 있는 것은 농업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적과 내용 그리고 대상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전통적인 농업과는 확연히 다른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농업의 목적이 지난 절대빈곤의 시대처럼 굶주린 배를 채우는 생존유지의 수단이 아니라 안전한 먹거리의 공급을 통한 건강의 삶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인기몰이 하고 있는 소위'먹방'과'쿡방'등의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이 맛있고 안전한 먹거리를 찾고 요리하는 것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 기대수명이 늘어나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고, 일명'혼밥'하는 1인 가구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먹거리의 중요성은 날로 부각되고 있다.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건강을 책임지는 기저에 안전하고 품질 좋은 곡물과 채소, 과일, 그리고 축산물 등의 먹거리가 자리 잡고 있다.

둘째, 농업의 내용이 과거와는 현저히 다르기 때문이다. 농경시대에는 토지와 노동, 자본이 생산의 3요소 이었으나 지금은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전개되면서 ICT(정보통신기술)가 농업에 접목됨으로써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 유통에 일대 혁신이 일어나 1차, 2차, 3차 산업이 결합된 융복합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농업으로 농작물 재배와 가축 사육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심 한가운데서 수직형 식물공장을 운영하는 등 노동력 절감은 물론 토지가 반드시 필요 없는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또한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자본은 혁신적인 지식과 기술로 대체되어 우리는 기술이 곧 자본이 되는 기술자본시대에 살고 있다.

셋째, 농업의 대상 또한 농민에서 국민으로, 농촌에서 도시로 그 범주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도시민들의 많은 참여 속에 활성화 되고 있는 도심 텃밭 가꾸기와 도시양봉 등을 비롯한 도시농업, 농업 체험활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 또는 회복하는 치유농업과 관광농업 등으로 농업의 영역이 크게 넓혀지고 있다. 그 동안 생산중심의 농업에서 다원적 기능으로의 농업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농민만의 농업이 아니라 국민의 농업으로 확장되었다. 농업과 농촌 존재의 이유와 실질적인 수혜자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에서 공익형 직불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당위성도 이러한 맥락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로 부터 농업과 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불과 10여년 전 까지만 해도 쇠퇴산업으로 낙인 되었던 농업이 이제 바닥을 치고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인식되면서 제2의 농업혁명을 통해 신농업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인류와 함께한 가장 오래된 산업이자 인류가 존재할 미래까지 가장 오래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서 농업이 보다 발전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풍요와 다산의 상징인 쥐의 해, 경자년 새해를 부푼 가슴으로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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