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두대와 '규제 기요틴(Guillotine)'

2019.12.17 16:32:05

[충북일보] 프랑스 혁명 당시 참수형에 처할 죄수들에게 단두대는 귀족들의 특권이었다. 죄수의 고통 감소를 위한 단두대는 두개골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데다, 짧은 시간에 목숨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단두대가 처음으로 사형도구로 쓰인 것은 프랑스 혁명 4년째 되던 1792년 4월 25일이었다. 단두대에서 최초로 처형된 수형자는 강도 살인범인 페르체였다. 단두대는 1792년 정식 사형 도구가 된 이후 1977년까지 사용되다가 1981년 프랑스에서 사형제도 폐지 후 폐기됐다.

기요틴의 현대적 의미

귀족들에게만 허용됐던 단두대는 당시 파리대학 의학부 교수였던 기요틴(J. Guillotine) 박사가 기계를 이용해 사형수를 처형해야 한다는 논문을 제출하고 관련 법률이 통과되면서 시행됐다.

이전의 처형 방법은 매우 잔혹해 죽기 직전까지 고문을 가하기도 했고, 화형이나 사지를 찢어 죽이는 거열형 등이었기 때문에 목을 베는 것은 오히려 가벼운 형이었다.

오늘 날 기요틴 박사의 단두대는 '규제 기요틴'으로 이해되고 있다. 즉 단두대처럼 불필요한 규제를 건별이 아니라 한꺼번에 처리하는 규제개혁 방식이다.

'규제 기요틴'은 1980년대 일부 유럽국가가 대규모 규제 철폐를 단행하면서 붙인 명칭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4년 12월 28일 정부가 '규제 기요틴 민관합동회의'를 통해 2015년 상반기까지 114건의 규제 완화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체화됐다.

하지만, 당시 정부가 수용한 방안 중에는 지주회사 규제 완화 등 재벌그룹이 수혜를 입는 규제가 많아 상당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기업의 투자 촉진과 규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투자 촉진을 위해 '기요틴'을 적용할 경우 난개발은 물론, 시민들의 생활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기업에 대한 특혜로 비춰질 수 있는 문제를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반면,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기업 투자를 위축시켜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곧 성장과 분배의 상충으로 이어지는 공식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성장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있는 돈을 공평하게 나눠가지도록 유도할 것인지는 정부와 각 지자체의 철학과 직결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규제강화가 두드러졌다. 탈원전 정책이 그랬고, 민간 기업에 대한 주52시간제 적용, 노동법 강화 등으로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이 속절없이 추락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규제를 하는데도 각 지자체는 투자유치를 위해 사활을 거는 '언밸런스'가 우리 경제 전반을 억누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규제정책이 다소 바뀌고 있다. 이럴 때 충북도를 비롯한 일선 11개 기초지자체의 투자유치 정책을 다시 한 번 더 점검해야 한다.

규제와 기요틴의 유연한 적용, 미래를 위한 현재의 고통 감내 등을 반영한 능동적인 투자유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LNG에 대한 두 가지 시선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청주지역에서 사용하고 있는 벙커C유에 대해 시민들은 우리 지역도 벙커C유가 아닌 LNG를 사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벙커C유보다 훨씬 더 환경적인 연료를 사용해 시민들의 건강권을 보장받자는 취지로 읽혀진다.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LNG 열병합발전소에 대해 지역 일부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역 내 대기 오염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주장으로 보여진다.

여기서 매우 아이러니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벙커C유 대신 LNG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LNG 열병합발전소를 반대한다는 논리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고통 없는 성장은 불가능하다. 기업의 투자 없는 정부의 재정확대만으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발전소 뿐 아니라 다른 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최소의 고통과 최대의 성장을 위한 '규제 기요틴' 카드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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