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성공하려면

2019.11.11 16:11:07

[충북일보] 정치를 소재로 칼럼을 쓴다. 싫지만 또 쓴다. 평소 꺼리는 주제지만 요즘 들어 자주 쓴다. '조국사태' 등 혼란스러운 정국의 영향이 가장 크다. 신물 나는 정치권의 아이러니가 한몫했다.

*** 성찰과 쇄신이 필수조건

기자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 중 하나가 정치다. 그런데 싫어할 때가 더 많다. 정책 대결은 없고 정쟁만 가득한 그 판을 정말 싫어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현실과 밀접한 관계가 없다면 무시하고 싶다. 칼럼 소재에서도 후순위로 미루고 싶다.

하지만 지난주에 이어 정치 관련 칼럼을 또 쓴다. 물론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되레 쓸 이유가 더 분명하다. '조국사태'를 지나면서 정치에서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오늘은 진영 얘기를 접고 자유한국당 얘기 좀 하려고 한다.

일찌감치 한국당의 소멸을 예측했던 사람들이 많다. 최순실로 상징되는 세력의 국정농단 사태를 겪은 직후엔 심각했다. 한국 정치에서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 정도로 희망을 걸 수 없던 정당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더불어민주당과 지지율을 겨룰 정도가 됐다. 물론 조국사태가 한몫했다. 그래도 이성적으로는 도무지 설명하기 힘든 상황이다. 무엇이 한국당의 지지율 반등의 힘이었을까. 사람마다 다른 정치적 기호 때문이다.

물론 기호는 영원하지 않다. 그 게 함정이기도 하다. 기호는 수시로 변한다.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던 레코드판의 부활과 같다. 레코드판은 1990년대 사라졌다 2010년대 부활했다. 건재하게 되살아나 관련 시장을 폭발적으로 키웠다.

그야말로 아날로그 복고 감성의 '깜짝쇼'였다. 요즘 세대에게 레코드판은 불편한 음악적 기기다. 그래도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이해하긴 좀 어렵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늙은 세대만 선호하는 게 아니다.

한국당의 최근 지지율 상승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치적 기호 역시 영원할 순 없다. 음악적 기호가 새로운 뮤지션의 출현에 따라 변하듯 수시로 변한다. 한국당은 보수지지자들 덕에 소멸을 면했다. 조국사태 덕에 부활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당은 드디어 기회가 왔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제대로 알아야 한다. 자기희생 없인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설혹 이긴다 해도 사상누각(砂上樓閣)이다. 정치로 현실을 개선하려는 준비된 인물들을 찾아내야 한다.

정치적 기호는 이성적 설명으론 좀 어렵다. 자기희생으로 품격을 만들어 갖춰야 한다. 한국당엔 지금 기득권자의 자기희생이 없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그렇다. 그래서 감동이 없다. 잇단 선거 패배에도 성찰과 쇄신 없이 안주해 왔기 때문이다.

정치적 기호는 영원하지 않다. 오랫동안 한 곳을 향하지 않는다. 조국정국에서 가장 큰 덕을 본 정당은 한국당이다. 그런데 최근 인재영입마저도 참신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지율 상승분을 자꾸 까먹고 있는 듯하다.

레코드판의 화려한 복귀에 대한 분석은 분분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레코드판의 새로운 매력이다. 아날로그적 특징이 주는 충족감 때문이다.

*** 자기희생은 새로운 창조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나를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 나서 정신척추의 기립근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일이다. 내가 그 운동장에 서 봐야 비로소 불공정을 알 수 있다.

한국당 입장에선 내년 총선 승리가 가장 큰 과제다. 보수통합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수 우파라는 이유만으로 몸집만 키워선 별 볼 일이 없다. 그런 통합은 의미가 없다. 자칫 중도층의 이탈을 초래할 위험이 더 크다.

현재로선 보수통합의 성공조건은 딱 하나다. 한국당이 제1야당의 기득권부터 내려놔야 한다. 어렵게 만들어진 쇄신 움직임이다. 큰 흐름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과 혁신을 추동할 수 있다.

자기희생은 곧 새로움이다. 그 새로운 매력이 한국당의 지지율을 지킬 수 있다. 새로운 느낌을 부각하지 못하면 정당 지지율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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